'운명의 결정' 윤리위 안팎 긴장감..입술 꾹 다문 이준석 '울먹'
'빨간색' 드레스코드 이양희 "'윤핵관 기획 윤리위'는 터무니 없는 말"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안채원 홍준석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심의하는 윤리위원회가 7일 국회 본관에서 열렸다.
이날 결정이 이 대표 개인의 거취는 물론 당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회의장 안팎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리위 심의 시작 전부터 회의실 앞 복도는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오후 7시로 예정된 회의 시작 8분 전 회의실 앞에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빨간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시선을 끌었다. 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드레스코드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깔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회의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한 발언을 약 2분 20초간 읽어내려간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요즘 너무 터무니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다', '윤리위를 해체할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다' 등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정치적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가 시작한 지 2시간 19분이 지난 오후 9시 19분께 회의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오후 9시께부터 국회 경내에서 윤리위 출석을 대기하다 회의장 앞으로 나왔다.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 노타이 차림의 이 대표는 마스크를 벗고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약 4분간 심경을 밝혔다.
이 대표는 "허"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평소 빠른 화법을 구사해온 것과 달리, 이날은 단어를 고심하는 듯 느린 말투였다. 중간중간 감정에 북받친 듯 목이 멘 목소리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오늘 드디어 세 달여 만에 이렇게 윤리위에서 소명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금 윤리위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어렵겠지만"이라며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말 제가 지난 몇달 동안 뭘 해온 건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성접대 의혹 폭로 배경에 정치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음성 파일이 나왔다는 jtbc 보도를 거론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목이 상해서 스테로이드 먹어가면서 몸이 부었다. 여기저기서 살이 쪘냐고 놀림까지 받아가면서 선거를 뛰었던 그 시기에도 누군가는 선거에 이기는 것 외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라며 "왜 3월 9일날 대선 승리하고도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했으며…"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하는 동안 눈물을 참지 못하는 듯 눈가가 촉촉해졌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물며 "면전에서 무시당하고 뒤에서는 한없이 깎아내리며 그 다음 날엔 웃으면서 악수하려고 달려드는 사람하고 마주치면서 '오늘 아침은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면서 아침에 일어났는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고위 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공개 갈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오후 8시엔 김철근 정무실장도 회의에 출석했다.
서류 봉투를 들고 등장한 김 실장은 취재진에게 "지난번에는 참고인으로 출석했는데, 오늘은 갑자기 또 소환요청이 있어서 왔다.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약 45분 만에 회의실을 나온 김 실장은 "충분히 소명했다. 우리 윤리위원님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보겠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한 의혹으로 경찰조사를 받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도 이날 윤리위 심의에 대비해 국회 본관에 대기했다.
이날 윤리위 결정에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달렸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전날까지도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지만, 이날 하루는 일정을 모두 비운 채 윤리위 심의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당초 이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와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문화일보 주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지만, 해당 일정들은 모두 취소됐다.
특히 문화일보 주최 행사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대표가 일정을 취소하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과 마주칠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다. 윤리위 징계를 앞두고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낳지 않기 위해 이 대표가 행사에 나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정례적으로 열리는 최고위원회를 취소한 것도 이 대표 징계 심의를 앞두고 뒤숭숭한 당 분위기를 반영한 모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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