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여당대표 사임 발표..영국 총리직은 후임 선출까지 유지(종합2보)
성 비위 인사 요직 기용 논란에 거짓말 들통..내각 붕괴 위기 몰리자 '백기'
야당 "당장 물러나야"..여당에서도 즉각 퇴진 요구 있어 총리직 유지 불투명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결국 물러난다고 발표하며 취임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존슨 총리는 7일(현지시간) 낮 런던 총리실 앞에 나와서 여당인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하며,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대표와 총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의지임이 분명하다"며 "대표 선출 절차를 지금 시작해야 하며 다음 주에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은 여름에 경선을 치르고 10월 초 당대회 전에 새 총리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총리는 이날 발표 전에 내각 빈자리에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몇달간 총리직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그럴 경우 신임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여당 안에서도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 그가 언제까지 총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존슨 총리는 가족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한 표정으로 연설을 했다. 총리실이 있는 다우닝가와 이어진 대로변에는 시위대 등 인파가 몰려들어 야유 소리를 크게 냈다.
그는 지난 며칠간 열심히 싸운 이유는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브렉시트 완수, 코로나19 사태 극복, 서구의 러시아 대응 주도 등을 업적으로 내놓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영국이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렇게 성과가 많고, 할 일이 많으며, 여론 조사에서 약간 뒤지는 상황에서 정부를 교체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구상과 사업들을 직접 해낼 수 없어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자리를 포기해서 매우 슬프지만, 그렇게 됐다"며 "국민이 준 엄청난 특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은 어두워 보여도 우리가 함께 하는 미래는 황금빛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는 지난 며칠간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악화하는 동안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결국 이날 아침 영국 언론에서 사임 발표 예정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침몰하는 '존슨호'에서 탈출 열풍이 일고 내각이 붕괴할 지경에 이르자 더 버티지 못했다. 보수당 신임투표를 통과하며 자리를 지켜낸 지 한 달 만이다.
이틀 전 임명한 장관들마저 등을 돌리고 사임을 권하거나 사퇴하고 당에서 규정을 바꿔서 다시 신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전임 테리사 메이 총리 역시 신임투표 통과 후에도 동료 의원들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재차 신임투표가 추진되자 물러난 바 있다. 당시 메이 전 총리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존슨 총리가 이제는 같은 처지가 됐다.
존슨 총리는 2019년 7월 취임한 이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코로나19 등과 관련한 위기를 숱하게 만났어도 모두 운 좋게 넘겨왔으나 작년 말 불거진 '파티게이트'로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봉쇄 중 총리실 등에서 파티를 하며 방역규정을 어긴 일이 밝혀지며 민심이 크게 이탈했고, 당장 상황을 모면하려고 던진 말들이 거짓말 논란으로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대러 강경 대응에 앞장서고 브렉시트 후 EU에 각을 세우면서 지지층 결속을 시도했지만 도덕성 훼손 문제를 만회하지 못했다.
최근 물가 급등, 경기침체 우려 등도 현 정부를 향한 불만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성 비위 측근 인사 문제와 거짓말 의혹이 생긴 것이 결정타가 됐다.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가 지난달 30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성추행한 일이 벌어졌는데 이와 관련해 존슨 총리가 전력을 알면서도 올해 초 요직을 맡긴 점, 이후 대응에서 자꾸 말을 바꾼 점이 심각한 문제가 됐다.
차기 총리 후보로는 리시 수낙, 리즈 트러스, 사지드 자비드, 페니 모던트, 벤 월리스 등 전·현직 각료들이 거론된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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