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꽃길 조성..배경은 읍면동 평가
[KBS 춘천] [앵커]
KBS는 얼마 전 원주시 동사무소가 도심 하천에 열대작물인 바나나 나무를 심었다가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이런 무리한 사업의 배경에는 읍면동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현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원주천 둔치를 따라 난 산책로를 페치니아와 백일홍 등 꽃 2만여 본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곳이 자주 물이 넘치는 곳이란 점입니다.
[최준집/원주시 봉산동 : "이게 범람을 하게 되면 이게 다 떠내려갈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거를 다 세금이니까."]
이런 꽃길은 원주시가 매년 연말 우수 읍면동 평가를 할 때 주요 평가지표로 반영됩니다.
꽃을 10,000본 이상 심으면 '만점'을 받고, 2,500본 미만을 심으면 '0점'을 받습니다.
또, 종류가 다양하면 평가도 올라갑니다.
3등까지 시장상을 주고, 최고 100만 원의 상금도 줍니다.
이러다 보니, 읍면동에선 매년 각각 1,000만 원 안팎의 예산을 들여 경쟁적으로 꽃길 조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쟁이 과열돼 일부 무리한 사업이 추진되기도 합니다.
화단이 있는 이곳은 지난해 국지성 호우로 하천이 범람했던 곳입니다.
올해도 장마 기간, 꽃들이 물에 잠길 우려가 있습니다.
또, 도심 하천변에 열대작목을 심었다가 매주 물을 주러 다니기도 합니다.
[문성호/원주시공무원노동조합 사무국장 : "예산을 쓰지 않으면, 날아가면 내년에 예산이 책정이 안 되기 때문에 무조건 써야 된다는 그런 생각들이 좀 다분히 있는데, 이제는 예산을 절감한 부서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준다고 하면."]
원주시는 뒤늦게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민호/원주시 공원녹지과 팀장 : "식재되는 위치가 장마나 가뭄, 그런 자연 재해로부터 훼손이 최소화될 수 있는 지역이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서."]
또, 예산 절감을 유도할 수 있는 평가 지표도 개발하겠다고 원주시는 덧붙였습니다.
KBS 뉴스 이현기입니다.
촬영기자:임강수
이현기 기자 (goldm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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