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英존슨, 당대표 사퇴..與내부 "총리직도 지금 내려놔야"
파리=김윤종 특파원 2022. 7. 7. 21:43
“(보리스) 존슨 총리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다. 인플레이션이 11%이고, 유럽이 전쟁이 휩싸인 이때 영국에는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7일(현지 시간) 여당인 보수당 대표를 전격 사퇴해 사실상 실권 없는 총리가 되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의 퇴진은 신뢰가 더욱 중요한 국가 정상이 수시로 말을 바꾼 데 대한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복합위기로 유럽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총리 리더십 부재가 영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 최측근마저 ‘사퇴하라’ 압박
올 2월 존슨 총리가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은 외교부 부장관 재직 시절 성(性) 비위를 저질렀다. 이를 알고도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던 존슨 총리는 1일 “그 사실을 몰랐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관련 보고를 받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로 일관한다’며 사퇴하라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존슨 총리는 6일 하원 총리 질의 시간에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상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버텼다. 이날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이 퇴진을 권고하자 “뱀 같은 사람”이라며 곧바로 해임했다.
그러나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을 필두로 장차관급 각료 50명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히자 이날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2019년 7월 총리에 오른 지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단명 총리가 됐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로 보수당 내부에서 철저히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중론이다.
●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
총리가 되기 전까지 ‘스타 정치인’으로 통한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임에도 어수룩한 외모, 쉽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대중의 인기를 받았다. 일간 더타임즈 기자 등을 거쳐 2001년 하원에 첫 당선됐고 2007년 런던시장에 당선되면서 ‘추진력 강한 정치인’이란 명성도 얻었다.
특히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을 이끈 것은 큰 자산이 됐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 문제에 갈팡질팡하다 당 대표를 사퇴하자 2019년 7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에 올라 총리가 됐다. 같은 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이듬해 1월 브렉시트가 시행됐다. 그의 직설화법과 무모하기까지 한 추진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에서 방역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인 ‘파티게이트’ 폭로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 결국 올 4월 범칙금 통지를 받았다. 지난달 당 불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총리 직은 유지했지만 이어진 보궐선거에서는 보수당 후보가 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 비위 인사를 요직에 앉히다 또 다시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 4,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9% 이상 올라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경제 악화도 그의 퇴진을 부채질했다.
● 보수당 내부 “총리 직도 내려 놔야”
존슨 총리는 총리 직은 10월 보수당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잇단 사퇴로 공석이 된 장차관에 새 인사들을 속속 발표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는 “바로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가디언에 “존슨의 행동은 너무 무모하고 변덕스럽다. 가을까지 나라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 후임으로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리더십을 인정받은 벤 월리스 국방장관, 2019년 보수당 당대표 선거에서 존슨 총리에게 패했던 제러미 헌트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수십 년 만의 경제 위기 속에서 영국의 전반적인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또 지난달 총선에서 과반 의석에 실패해 리더십이 흔들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전선에 비상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7일(현지 시간) 여당인 보수당 대표를 전격 사퇴해 사실상 실권 없는 총리가 되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의 퇴진은 신뢰가 더욱 중요한 국가 정상이 수시로 말을 바꾼 데 대한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복합위기로 유럽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총리 리더십 부재가 영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 최측근마저 ‘사퇴하라’ 압박
올 2월 존슨 총리가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은 외교부 부장관 재직 시절 성(性) 비위를 저질렀다. 이를 알고도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던 존슨 총리는 1일 “그 사실을 몰랐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관련 보고를 받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로 일관한다’며 사퇴하라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존슨 총리는 6일 하원 총리 질의 시간에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상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버텼다. 이날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이 퇴진을 권고하자 “뱀 같은 사람”이라며 곧바로 해임했다.
그러나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을 필두로 장차관급 각료 50명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히자 이날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2019년 7월 총리에 오른 지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단명 총리가 됐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로 보수당 내부에서 철저히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중론이다.
●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
총리가 되기 전까지 ‘스타 정치인’으로 통한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임에도 어수룩한 외모, 쉽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대중의 인기를 받았다. 일간 더타임즈 기자 등을 거쳐 2001년 하원에 첫 당선됐고 2007년 런던시장에 당선되면서 ‘추진력 강한 정치인’이란 명성도 얻었다.
특히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을 이끈 것은 큰 자산이 됐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 문제에 갈팡질팡하다 당 대표를 사퇴하자 2019년 7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에 올라 총리가 됐다. 같은 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이듬해 1월 브렉시트가 시행됐다. 그의 직설화법과 무모하기까지 한 추진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에서 방역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인 ‘파티게이트’ 폭로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 결국 올 4월 범칙금 통지를 받았다. 지난달 당 불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총리 직은 유지했지만 이어진 보궐선거에서는 보수당 후보가 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 비위 인사를 요직에 앉히다 또 다시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 4,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9% 이상 올라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경제 악화도 그의 퇴진을 부채질했다.
● 보수당 내부 “총리 직도 내려 놔야”
존슨 총리는 총리 직은 10월 보수당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잇단 사퇴로 공석이 된 장차관에 새 인사들을 속속 발표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는 “바로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가디언에 “존슨의 행동은 너무 무모하고 변덕스럽다. 가을까지 나라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 후임으로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리더십을 인정받은 벤 월리스 국방장관, 2019년 보수당 당대표 선거에서 존슨 총리에게 패했던 제러미 헌트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수십 년 만의 경제 위기 속에서 영국의 전반적인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또 지난달 총선에서 과반 의석에 실패해 리더십이 흔들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전선에 비상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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