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간 왕이 "황금시대 열자"
미·중, 치열한 '동남아 외교전'
미국과 중국이 동남아시아를 무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동남아 5개국을 순방 중인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찾은 뒤 태국을 방문한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지난 6일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등을 잇따라 만났다고 7일 밝혔다. 왕 부장은 마르코스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길 희망한다”며 “농업·인프라·에너지·인문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 필리핀 발전을 가속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이번 방문은 필리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식에는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잇따른 중국 고위 인사의 방문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껏 높아진 필리핀의 몸값을 반영한다.
필리핀은 미국의 동맹국인 동시에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오랜 갈등을 겪어 온 사이다. 또 지난 5월에는 미국 주도로 출범한 대중국 견제 성격의 경제협의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이전 두테르테 정권은 친중 노선을 걸었다. 이 때문에 새 정부를 사이에 두고 미·중이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이 조성되고 있다.
미·중 양국의 줄다리기와 외교전은 필리핀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중 견제에 초점을 맞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5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특별 정상회의를 열었고, 당초 예상보다 많은 7개 아세안 회원국을 IPEF에 가입시키는 성과를 냈다.
왕 부장의 동남아 순방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왕 부장은 지난 4일 미얀마에서 아세안 회원국인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과 ‘란창강·메콩강 협력(LMC)’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뒤 IPEF 가입국인 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순방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태국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회담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태국 역시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다.
왕 부장의 순방에 맞서 미 국무장관도 이날부터 5박6일 일정으로 동남아를 찾았다. 블링컨 장관은 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과 외교장관 회담 등을 갖고 태국으로 이동해 쁘라윳 총리를 만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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