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비호' 거짓말 후폭풍..존슨 영국 총리, 보수당 대표 사임
총리직은 새 당 대표 뽑는 10월 전당대회까지 유지할 듯
"새 지도자 선출 때까지 최선" 교육·주택부 등 새 내각 임명
측근 인사 관련 거짓말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여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10월 새 당 대표를 뽑을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존슨 총리는 7일(현지시간) 낮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보수당 대표직 사퇴 성명을 발표하며 “보수당에는 새 지도자가 필요하며 그가 총리가 되어야 한다는 당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새 지도자 선출 절차는 지금 당장 시작돼야 하며 관련 일정은 다음주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유권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의무라고 느끼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이뤄내고,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을 지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서방의 단합을 이끌어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BBC와 가디언 등은 존슨 총리가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과 거취를 논의한 자리에서 사임 요구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당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만 10월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존슨 총리가 퇴진 위기에 몰린 이유는 측근인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의 과거 성비위 사실을 알고도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총리실은 지난 1일 존슨 총리가 과거 성비위를 몰랐다고 주장했다가 4일에는 의혹은 알았지만 정식으로 문제 제기가 안 된 사안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존슨 총리가 관련 사항을 보고받아 놓고 거짓말을 했다는 내부 고발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에드워드 아르가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이 이날 사임한 것을 포함해 최소 44명의 장관과 참모가 존슨 총리 사퇴를 요구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존슨 총리는 2019년 7월 취임한 이래 브렉시트, 코로나19 등 숱한 위기를 만났어도 운 좋게 넘겨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파티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6일에는 여당의 신임투표까지 진행돼 간신히 재신임을 얻어냈지만 반대가 41%나 나왔다.
존슨 총리의 당대표 사퇴 결단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지난 6일까지만 해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1922위원회는 신임투표를 다시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보수당 대표 경선은 다음주부터 시작되고, 새 총리는 보수당 전당대회에 맞춰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감으로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사회장관, 리즈 트러스 외교부 장관 등이 꼽힌다.
존슨 총리 절충안으로 논란이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그가 가을까지 집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존슨거취 문제로 사임한 조지 프리먼 전 과학부 장관 등은 존슨 총리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존슨 총리가 새 당대표 선출 때까지 총리직 수행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새 당대표 선출 때까지 할 수 있는 대로 새 내각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로 교육·주택부 등 각 부처 장관 자리가 채워졌다.
박용하·박효재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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