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잠길 반구대.."암각화 속 고래야 미안"

백승목 기자 2022. 7. 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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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통합 물 관리 협약, 관련 단체장들 전원 바뀐 뒤 '삐걱'
신임 울산시장 "식수 확보 먼저" 사연댐 수문 설치 계획 미뤄
지난 4일 부산에서 온 단체탐방객들이 암각화 전망대에서 문화유산해설사로부터 암각화의 역사 문화적 가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암각화 전망대에는 부산에서 온 40~60대 남녀 10여명이 사슴·고래 등 선사인들이 바위 면에 새긴 그림 300여점을 망원경을 통해 유심히 관찰했다.

전망대 옆 암각화 그림판을 보던 김모씨(58)는 “등에 새끼 고래를 업고 헤엄치는 어미 고래의 모습을 어찌 저렇게 생생하게 바위에 새겼을까”라며 놀라워했다. 문화유산해설사가 “암각화 보존 대책이 아직 완전히 마련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하자 탐방객들은 한결같이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사 유적인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 수몰방지 대책이 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암각화 수몰방지를 위한 하류 사연댐의 조속한 수문 설치 계획에 대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두겸 시장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울주 사연댐 상류 대곡천 변에 위치한 암각화는 매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4~5개월가량 불어난 하천물에 잠긴다. 문화재청·국토교통부·환경부·울산시 등은 과거 20여년 동안 암각화 수몰방지 대책을 놓고 공방을 거듭했다.

정부는 암각화 하류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3개)을 설치하고 댐 물을 빼내 댐 수위(만수위 60m)를 암각화가 위치한 53m 이하로 낮추는 것을 수몰방지의 최적 방안으로 내세웠다. 송 전 시장도 수문 설치 타당성 용역조사를 오는 11월까지 실시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년여 뒤에는 실제 수문을 통해 댐 물을 빼낼 계획을 세웠다.

다만 울산 식수원인 사연댐을 대신할 맑은 물 확보가 관건이었다. 이를 해결하려는 것이 정부와 대구시·울산시·경북 구미시 등이 참여해 지난해 6월 마련한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이다.

지난 4월에는 대구시와 구미시가 구미 해평취수장 등 낙동강 물을 공동활용하는 대신 대구 수원인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는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을 시행키로 협약을 맺어 암각화 수몰방지 대책도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대구·울산·구미 등 물 나눔을 둘러싼 3곳의 단체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의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구미시의 경우 해평취수장의 물을 대구로 공급하는 방안이 시의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재검토 의사까지 내비쳤다.

울산시도 사연댐 수문 설치에 앞서 정부가 확실한 맑은 물 확보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는 2025년 기준 예상 필요 용수는 총 38만9000t인데, 사연댐 물을 빼내면 13만9000t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연댐 인근 대암댐의 용도 전환을 통해 5만t을 식수로 확보한다 해도 8만9000t의 청정원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대구·경북에 하루 평균 30만t을 공급하기 위한 관로(45.2㎞)와 청도 운문댐에서 울산으로 연결하는 관로(43.8㎞) 공사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다. 2025년 착공해 2028년 완공하는 사업이다. 울산시는 그러나 운문댐 물 공급량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 시장은 “운문댐 물을 얼마만큼 울산에 공급한다는 명시적인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수문을 먼저 설치해 사연댐 물을 빼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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