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 노동자 절반 "1년 새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이홍근 기자 2022. 7. 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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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실태조사
‘사업주에 1차 신고’ 문제
피해 인정받기 쉽지 않고
대부분 가해자 전출 안 돼
78% “회사 보호 못 받을 것”

A씨는 사회복지기관인 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A씨가 휴가지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반성문을 쓰게 했다. 신체 주요 부위를 가리키며 성희롱도 했다. 감사실은 원장의 괴롭힘을 인정했지만 이 어린이집 원장으로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 A씨는 “괴롭힘 피해를 당한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 치료를 받다가 어린이집에 복귀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가해자 전출이 불가능하다고 해 결국 제가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출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지난 5월20일부터 7월1일까지 사회복지 현장 노동자 313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1%가 ‘1년 사이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0~1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동일한 답변을 한 응답자 비율(29.6%)의 두 배 수준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스트레스 수준도 높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13.1%였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직 또는 사직 고민을 한다’는 응답은 36.7%에 달했다. 괴롭힘의 종류는 폭언, 폭행, 부당인사, 따돌림, 모욕 등으로 다양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호세아 조직쟁의차장은 7일 “사회복지 현장에서 괴롭힘이 일어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피해자가 일을 관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가 좁고 폐쇄적이라 설령 괴롭힘이 인정돼도 가해자가 전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갑질 피해자는 현장을 떠나거나 또 다른 고통의 되새김질로 살고 있다”고 했다.

법적으로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1차 신고를 사업주에게 해야 한다. 신고를 했으나 회사가 정해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만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한다. 법무법인 논현의 한민옥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의무를 사업주에게 먼저 부과한다는 것 자체가 법령 미비”라며 “노동부에서 최초 신고부터 바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나도 회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응답자의 72.8%는 ‘일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했고, ‘신고 시 회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더 열악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근로기준법 76조에 명시돼 있는데, 이 법의 적용 범위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다. 응답자의 98.4%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해 부당징계, 해고 등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조합의 조력을 받기 힘든 것도 문제이다. 응답자의 65.5%는 ‘직장에 노동조합이 없다’고 했다. ‘노동조합 가입 또는 노조 활동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1.2%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는 B씨는 “복지계야말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어서 비리나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노조 결성이 힘들다보니 갑질이 더 횡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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