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이후 가장 긴장했던 하루
사상 초유 ‘당대표 징계’ 여부에 의원·당직자 모두 관심 집중
“징계 땐 아수라장” “불장난의 1년” 이 대표 찬반 여론전 계속
이, 윤리위 출석하며 “기다린 소명 기회 맞아 마음 무겁고 허탈”
국민의힘은 7일 이준석 대표의 성비위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심의·의결을 앞두고 폭풍전야 분위기였다.
지도부를 비롯해 주요 당 구성원들이 일정을 비우고 사상 초유의 당대표 징계 여부가 갈리는 윤리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대표 측과 반대 세력 모두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여론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열리기 전까지 공개 일정 없이 국회 밖에 머물며 윤리위에 소명할 내용을 정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만 참석하고 다른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내 구성원의 관심이 온통 윤리위에 쏠린 모습이었다. 의원과 당직자들은 윤리위 심의 결과와 그에 따른 당의 향배를 예측했다.
이 대표 측은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엄호했다. 이 대표로부터 증거인멸 지시를 받고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SNS에 “저는 증거인멸을 한 적이 없다”며 “증거인멸 사실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징계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장모씨에게 7억원 투자유치 각서를 쓴 것에 대해 “호의로 한 일이고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 일과 무관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BBS 라디오에서 “기본적인 팩트가 없이 결정내리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당대표를 증거 확보 없이 징계하면 당이 아수라장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윤리위가 경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근식 당 통일위원장은 SNS에 “강성보수 지지층의 미움만으로 이준석을 끌어내린다면 ‘도로 한국당’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썼다.
친윤석열계를 비롯해 이 대표 반대 세력에선 공개 발언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전여옥 전 의원이 SNS에 “이 대표의 1년은 불장난의 1년이었다”고 한 정도였다. 다만 한 친윤계 의원은 사석에서 “경고나 당원권 정지 3개월 이하가 나오면 이 대표가 대표직을 계속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며 “의원들 다수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이상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 징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빠르게 종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내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은 국민이 원하는 것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은 회의 전 “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윤리위 해체 권한은 대표에게 있다 이런 발언들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윤리위원들은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후 9시20분쯤 윤리위에 출석하며 “여러 의혹을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몇개월을 기다린 소명 기회를 맞이해 마음이 이렇게 무겁고 허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 한 언론 보도 내용을 보고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발언 도중 목이 메기도 했다. JTBC는 이 대표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2013년 7월과 8월 이 대표를 만날 때 의전을 맡았다고 하는 장모씨가 지난 3월 지인에게 이 대표 관련 의혹 폭로 배경에 정치권 인사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표는 “감정이 북받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말 안 하겠다”고 하며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조미덥·유설희·정대연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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