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신문사의 디지털 매체 전환..미국 지역 언론의 생존전략은?

김도훈 기자 2022. 7. 7. 21: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 사옥
미국 텍사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은 1873년부터 조간신문을 발행해온 오스틴 지역 신문사입니다. 올해로 149년째를 맞습니다.

사옥은 최근에 지은 현대식 건물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정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 사옥을 매각하고 얼마 전 시 외곽에 신사옥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윤전기도 매각했습니다. 대대적인 인력 감축도 있었습니다. 취재 인력도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위주로 채용형식을 바꿨습니다.

토니 플로헤스키(Tony plohetski) 탐사보도기자는 "처음에는 6명이었지만 이제는 기자 2명과 데이터 분석가까지 모두 3명이 일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의 편집국장도 파트타임으로 일 합니다. 경비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예산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150년 동안 찍어냈던 신문 발행 부수도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2000년에 20만부 가량이던 발행 부수는 이제 2만부도 채 되지 않습니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은 4년 전부터 종이 신문 대신 디지털 매체로 전환했습니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 신문
텍사스 샌안토니오 지역 신문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100년 동안 신문사로 쓰던 건물을 팔고 인근에 새로 사옥을 지었습니다. 역시 사옥 매각 비용으로 재정을 확보하려는 시도입니다.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 사옥
100년 넘게 텍사스에서 지역 언론 역할을 해온 신문사들은 이제 온라인 유료 독자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실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유료구독 모델을 확보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 기자 출신인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언론학부 케빈 로빈스 교수는 "'디지털 최적화 팀'을 꾸려 사이트에 유입된 이용자들이 어떤 기사를 가장 많이 보고 어떤 댓글과 반응을 남기는지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습니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언론학부 케빈 로빈스 교수
이용자들을 언론사 사이트로 유인해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구독모델이 되는 기사들을 분석해 비중을 조금씩 늘려나갔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이용자들이 '언제 어떤 뉴스 소비를 많이 하는지'분석해 출근 시간에는 날씨와 교통 소식이, 주말에는 축제 소식이 가장 많이 읽힌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은 지역 내 새로운 이슈와 쟁점을 분석한 기사들을 전진 배치해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부터는 지역 뉴스를 소비하려는 유료 구독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는 아예 뉴스 사이트를 2곳을 만들어 디지털 메채로 전환했습니다.지역 문화 소식과 인기 많은 식당, 공연 등 가벼운 지역 스토리 위주의 사이트를 제작해 언론사 홈페이지와 연계되는 전략을 짰습니다.

처음 6개월은 99센트씩 내고 그 다음엔 한달에 $5(한화 약 6500원)가량을 책정합니다. 이 금액에도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독자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구독자마다 가격을 다르게 매깁니다. 예를 들어 지역 탐사보도 등 깊이 있는 뉴스 페이지에 더 오래 머무는 사람이라면 더 큰 돈을 내더라도 뉴스를 살 거라고 보고 더 높은 가격을 매깁니다.

물론 처음엔 6개월 뒤에는 가입을 해지하는 구독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료 사이트만 보던 이용자들이 점점 유료 회원으로 가입을 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 내 쟁점과 이슈 등 관심거리를 지역 언론을 통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온라인 유료회원은 언젠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한 겁니다. 다만 공익 보도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수익도 올려야 하니 어디까지 얼마나 무료로 공개할지 균형을 잡는 문제도 내부적인 고민거리였습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한 가지 원칙은 있었습니다. 총기 난사 등 대형 테러사건이나 코로나19 확산과 백신 접종 등의 보도는 보편적 알권리 제공을 위해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의 디지털 유료 독자는 2018년 5000명에서 최근 2만8000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과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뉴스' 모두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 지역 언론입니다.
100년 넘은 종이 신문 대신 디지털 매체로 전환한 두 회사가 지닌 공통 가치는 '지역 주민과의 생활 공동체'였습니다. 지역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주민과 접촉하는 '편집장과의 만남' 등의 행사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텍사스대학교 샌안토니오캠퍼스 커뮤니케이션학부 강석 교수는 "지역 언론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자꾸 들으려 해야 한다. 나와 가까운 공동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독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합니다.

독자들은 지역 언론에 정부 정책이 우리 지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업이 우리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환경문제와 고용창출 등 어떤 이익과 손해를 가져올지, 우리 지역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역할을 기대한다는 뜻 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로컬 저널리즘'의 역할과 핵심 가치는 '지역 주민과 함께'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KPF디플로마 로컬저널리즘'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했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