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정책 퇴행" 노동연구원장도 사의
"규제개혁 구호만..바뀔 것 같지 않아"
문 정부 임명 공공기관장, 줄줄이 사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지낸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사진)이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기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황 원장은 지난 6일 연구원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개인적으로는 지난 3월 이후 오랫동안 숙고해 내린 결정이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연구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연구자들은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누리며 연구할 수 있어야 하고, 이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이 원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과거 실패했던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규제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다시 퇴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도 바뀔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 이후 본격화한 공공기관 인사 관련 논란을 보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생각도 다른 것 같다”며 “노동연구원의 연구성과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기보다 제가 원장으로 있다는 것 때문에 곡해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이 밖에도 더 있지만 제가 원장으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잘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황 원장은 7일 기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 생각은 직원분들께 드리는 글에 다 적었고, 더 추가할 건 없다”고도 밝혔다.
황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7월 고용노동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이어 일자리기획비서관,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지냈다. 2020년 11월 일자리수석비서관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2월 임기 3년의 노동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같은 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원장은 지난 6일 ‘총리 말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다며 제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면 법을 바꾸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앞서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28일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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