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연구팀 "조선대 '빛고을 2호'는 우주 기술 자립 신호탄"
부품 50% 이상 ‘국산’…8번의 신호 수신 성공 ‘큰 성과’
현재는 우주에서 ‘잠들어’…전력 충전 땐 ‘깨어날 기회’
인프라·지원 수도권에 집중…지방대 연구에도 관심을
“조선대학교가 한국 첫 우주발사체에 실리는 큐브 위성을 만든다고 했더니 ‘깜냥도 안 되는 곳이 선정됐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조선대 위성은 핵심 부품의 50% 이상을 국내 기술로 만든 우주 기술 자립의 신호탄입니다.”
지방대로는 유일하게 지난달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실린 큐브 위성 4개 중 1개를 개발한 조선대 연구팀 오현웅 교수(53·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아래 사진)의 말이다.
조선대가 개발한 ‘스텝 큐브 랩-Ⅱ’(빛고을 2호)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연세대 연구팀이 개발한 위성과 함께 지난달 21일 누리호 성능검증 위성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연구팀을 이끈 오 교수는 7일 인터뷰에서 “한국 첫 발사체를 이용해 지상 700㎞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역사적 발걸음은 빛고을 2호가 열었다”고 밝혔다. 빛고을 2호는 지난달 29일 4개 대학이 개발한 위성 중 가장 먼저 성능검증 위성을 벗어나 우주로 나섰다.
폭 10㎝, 가로 20㎝, 세로 30㎝의 가방만 한 크기인 빛고을 2호는 무게가 9.6㎏으로 4개 대학 위성 중 가장 무거워 ‘첫 사출’ 위성으로 결정됐다.
빛고을 2호는 지난달 30일 오전 두 차례 조선대 지상수신국을 통해 신호(상태정보)를 보내왔고 이후 12번 중 8번의 신호 수신에 성공했다. 빛고을 2호 이후 나머지 위성들도 차례로 우주에 올려졌다. 일부 위성은 양방향 교신까지 이뤄졌지만 일부는 신호 수신이 되지 않았다. 빛고을 2호도 대전에 있는 지상국의 신호 수신 문제로 지난 2일부터 양방향 교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 교수는 우주에서 잠든 것으로 추정되는 빛고을 2호가 ‘깨어날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수신된 신호들을 분석했더니 전력이 낮아진 징후가 파악된 것이다. 태양전지판으로 전력이 충전되면 위성이 다시 가동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연구팀은 매일 오전 3∼4시에 위성이 보낼지 모를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오 교수는 “국내에서 개발한 통신 부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분석을 통해 문제 원인을 거의 파악했다. 위성에 전력이 다시 들어오면 살릴 기회가 있다”면서 “빛고을 2호가 빨리 밥(충전)을 먹고 깨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대 연구팀은 2019년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모를 통해 지방대 중 유일하게 누리호 큐브 위성 제작 대학으로 최종 선정됐다.
당시 민간기업과 경쟁했는데 위성 예비설계 단계에서 조선대 연구팀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조선대 연구팀은 2018년 1㎏급의 큐브 위성 ‘빛고을 1호’를 제작한 경험도 있다. 인도에서 발사된 빛고을 1호도 초기 신호가 끊겼지만 3주 뒤 되살아난 경험이 있다. 이 위성은 4년 넘게 우주에서 조선대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선대 연구팀이 개발한 ‘우주 진동 저감장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일에 수출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빛고을 2호 위성을 개발하면서 부품의 50% 이상을 국산화했다. 우주 선진국이 판매하는 부품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핵심 부품 국산화를 통해 우주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통신 부품도 국내 업체가 개발한 것이다.
오 교수는 “한국이 자체 발사체 개발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 우주 선진국에서는 자기 나라 발사체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에 위성 부품 등을 공급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면서 “우주 기술의 국산화가 시급한 만큼, 실패하더라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대는 ‘지방대’의 한계도 절감하고 있다. 첨단연구 분야에 대한 인력과 지원이 수도권 중심으로 몰리다 보니 연구팀의 존립도 위협받고 있다. 빛고을 2호 개발에는 애초 10명의 대학원생 연구원이 참여했지만 마지막에는 4명만 남았다. 오 교수는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와 지원 때문에 힘든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빛고을 2호를 계기로 지방대의 열악한 연구 지원 등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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