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고목' 속 살펴보니.."요즘 날씨는 너무 힘들어"
[뉴스데스크] ◀ 앵커 ▶
서울 시내에는 7-80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나무들이 2백 그루 넘게 있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나무들이, 사람으로 치면 CT나 MRI같은 정밀 건강 검진을 받았습니다.
긴 세월을 버텨온 이 나무들이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서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인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느티나무 공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뙤약볕 아래 시원한 그늘을 드리웁니다.
이 느티나무의 나이는 700살 이상.
세종대왕 때 목장과 정자가 있던 곳인데 지금은 나무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나무에 못을 박기 시작합니다.
나무 의사들입니다.
못처럼 생긴 것은 나무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센서입니다.
(못질을 하시더라고요. (나무가)안 아파요?) "사람도 몸살감기 걸리면 주사를 맞잖아요."
CT를 촬영하듯 나무의 속을 촬영했습니다.
나무 내부의 하늘색 부분은 썩었거나 비어 있는 부분입니다.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규범 / 다산나무병원] "(보시기에 건강합니까?) 공동화돼 있는 것은 건강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순환계 이쪽에서는 그래도 아직까지 잎이 잘 나오고 있어서.."
말하자면 골다공증은 심하지만, 혈관은 건강한 노인입니다.
나무 의사는 나무 곳곳에 코르크를 덧대 내부가 썩거나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치료를 해줬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서울의 노거수 즉 수백 년 된 나무 200여 그루의 정밀검진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비바람이 거세지고 폭염은 심해지고 있습니다.
가뭄과 돌풍 같은 날씨 변수들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서울의 보호수들도 정밀 진단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서울시 보호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884살.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바로 이 은행나무입니다.
오랜 세월을 관통하는 나무들에는 현대사의 아픔도 스며 있습니다.
종로구 행촌동의 466살 은행나무.
이 나무 옆 붉은 벽돌 건물은 3.1 운동을 세계에 타전한 미국 기자 앨버트 테일러의 집입니다.
종로구 연지동의 회화나무.
항일 여성단체인 애국부인회가 있던 자리입니다.
누군가의 밀고로 일본 경찰이 들이닥치자 이 나무가 위기를 모면하게 해 줬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이장희 / '사연있는 나무 이야기' 저자] "태극기나 역사책들, 이런 것들을 어디로 숨길까 하다가 여기 안에 있는 구멍으로 옮겼다고 해요."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들은 모두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사실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배시연 /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보호수 보호가 왜 중요한 거에요?) "초월적인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울 시민들의 다양한 삶이 녹아 있고 그런 삶 속에서 현재와 과거, 현재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나무들이 우리에게 더 오랫동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3년에 한 번씩 정밀검진을 해 줄 계획입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 취재 : 이지호/영상 편집 : 김정은/삽화 제공 :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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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이지호/영상 편집 : 김정은
현인아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86032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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