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서 설치한 에어컨 두고도..냉방기 못 켜는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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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힘들 정도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구청이 설치해준 에어컨이 생겼는데, 주인이 틀어주지를 않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지 조민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푹푹 찌는 날씨, 방에 들어가보니 사우나처럼 후끈합니다.
실내 온도는 38.1도.
선풍기 뒤에 얼음통을 대고, 젖은 수건으로 식혀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쪽방촌 주민]
"창문이라도 있으면 공기가 들어올 텐데. 저는 이런 데 막 땀띠가 나고 그래요."
건물 복도에는 에어컨이 있지만 '그림의 떡'입니다.
구청이 지난해 집주인 동의를 받아 설치했는데, 정작 집주인이 틀어주지 않는 겁니다.
[쪽방촌 주민]
"이 앞에 며칠 더웠잖아. 한 번도 안 틀었어."
[쪽방촌 주민]
"리모컨도 집주인이 가지고 있고, 그럼 우리가 틀 수도 없는 건데."
현재 쪽방촌 건물 내부 온도는 31.1도입니다. 습도도 높아 푹푹 찌는 상황이지만 에어컨 콘센트는이렇게 뽑혀 있습니다.
다른 건물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물 입구에는요, 이렇게 '에어컨이 가동 중이니 문을 닫아달라'고 써 있는데요. 안으로 들어와보면 정작 에어컨은 꺼져 있습니다.
집주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쪽방촌 건물주]
"방세 받아가지고 전기세로 다 내버리고. 수도세 다 주인이 내요. 이렇게 에너지값이 비싼데 문 열어놓고 틀어도 그것이 돼요?"
쪽방 월세는 25만 원 안팎으로, 전기료와 수도요금이 모두 포함된 구조.
월세를 올리려 해도 쪽방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전기 사용을 꺼리는 겁니다.
구청이 이곳 쪽방촌에 설치한 에어컨만 28대.
[서울 ○○구청 관계자]
"처음에 설치할 때 전기 요금이라든지 사실 건물주하고 다 얘기가 된 부분이라서 전기요금에 대한 지원 얘기는 없었고요."
서울시는 올해 쪽방촌 5곳에 에어컨 150대를 추가 설치하면서, 여름철에 월 5만 원의 전기료 지원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조민기입니다.
영상취재 : 조세권 이락균
영상편집 : 구혜정
조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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