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지난 한 달..'간철수' 혹은 '강철수' 엇갈린 평가
안철수 의원이 다시 뱃지를 달고 국회에 출근한 지가 오늘(7일)로 정확히 한 달이 됐습니다. 국민의힘에 안착하기 위해서 친윤계와 접촉면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죠. 반면 이준석 대표와는 날 선 신경전을 이어왔는데요. 다음주 부터는 본격적인 공부 모임도 시작합니다. 관련 내용을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정리했습니다.
[기자]
몇 년 전 이른바 '색깔 논쟁'을 일으켰던 드레스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드레스의 색깔을 다르게 인식했기 때문인데요. 한 번 우리 운영진들은 어떻게 보는지 물어보겠습니다.
사실 이 드레스 색깔을 두고 '파검'이냐 '흰금'이냐 두 파로 갈려 논쟁이 벌어졌었죠. 드레스의 실제 색깔은 '파검'인데요. 이렇게 서로 다른 색으로 보는 건 사람마다 뇌가 보정해주는 색의 값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체를 비추는 주변 빛의 세기나 밝기 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뇌의 보정값도 바뀌는 건데요. 흰금파는 역광에 의해 그늘진 환경에서 찍힌 흰금 드레스로 받아들인 거고요. 파검파는 밝은 빛을 비춘 파검 드레스로 본 겁니다. 결론적으로 어두운 데서 보면 드레스의 원래 색깔인 파검이 그대로 보이지만요. 다소 밝은 곳에서 보면 경우에 따라 착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셈입니다.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도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인물입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인데요. 한쪽은 '간철수'로, 다른 한쪽은 '강철수'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 친윤계에 붙은 '간철수' > 로 보는 시각부터 '줌 인'해보겠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 5일) : 그러면 그때 누군지 제가 끝까지 확인 안 해주는 간장 발언이라든지 이런 것은 선제적인 게 아니냐, 그래가지고 그거는 우리 소위 얘기하는 방어적 성격의 선제 타격 정도다.]
이준석 대표의 '간장' 발언, 안철수 의원과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을 동시에 저격한 건데요. '간철수'는 '간 보는 안철수'의 약자로 안 의원을 깎아내릴 때 주로 쓰는 용어죠. 이번 보궐선거로 국회에 복귀한 안 의원, 그간 제삼지대에 머물러 왔던 만큼 앞으로 국민의힘 안에 어떻게 안착할지가 관건이었는데요. 여전히 대권을 마음에 두고 있는 안 의원의 선택은 '윤심'이었습니다. 지난달 7일 첫 출근길에서부터 '윤심' 사냥에 나섰죠.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7일) :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그리고 곧 이어서 정말로 중요한 현 정부가 꼭 성취해야 될 시대정신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그걸 국정과제화하는 인수위원회를 이끌고…]
국회 출근길에 자신이 윤석열 정부 출범에 일조했다는 점을 강조한 건데요. 이 발언이 예고편이었나 봅니다. 윤심을 내세운 안 의원은 본격적으로 친윤계와 스킨십에 나섰습니다. 국민의당 최고위원 몫으로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정 의원은 윤핵관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대체로 '친윤계'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죠. 윤 대통령과 검사 임관 동기이고 대선 때는 캠프 네거티브 검증단장을 맡기도 했었는데요. 이준석 대표는 안 의원이 친윤계에 붙기 위해 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대체 왜 애초 국민의힘 인사인 정 의원을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하느냐고 날을 세웠는데요.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달 20일) : 지금까지 안철수 대표랑 고생했던 분들이랑 국민의당을 위해서 고생했던 분들이 자기 몫으로 두 자리가 있는 건데 하나를 정점식 의원한테 이렇게 준다고 하면 이게 논의된 거냐 그랬더니 논의된 바가 전혀 없대요.]
국민의힘과 합당 전까지 안 의원의 오른팔을 맡았던 인물이죠. 권은희 의원마저 친윤계와 가까워지려는 안 의원의 노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권은희/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달 21일) : (언론은 친윤석열계와 손을 잡기 위해서 추천한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분석하던데 의원님 혹시 이런 분석에 동의하세요?) 언론에서 해석하고 있는 그러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거기다 지난 27일에는 이 대표가 에둘러 비판한 '간장' 모임도 있었죠. 안 의원이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직접 참석한 겁니다. 안 의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연자로 나서기 때문에 참석했다고 밝혔는데요. 김 전 위원장, 한동안 안 의원과는 대립각을 세우던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김종인 : 그 사람(안철수 후보)은 내가 보기엔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아.]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5월 15일) : 안철수 위원장을 국회로 보내시면 이 분당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지도자를 탄생시킬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시고, 적극적인 지원을 갖다가 부탁을 드립니다.]
김 전 위원장, 지난 보궐선거 때 안 의원의 개소식에서 축사자로 나섰죠. 두 사람이 합당을 계기로 관계가 개선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인데요. 여기에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주최한 포럼에 나란히 참석한 두 사람, 지켜보는 이 대표로선 묘한 느낌이었을 것 같습니다. 멘토로 모시는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이 깎아내렸던 '간장 한 사발'을 마시는 모습에서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을 텐데요. 안 의원 입장에선 김 전 위원장과 거리를 좁히면서 이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목적이었던 듯합니다. 동시에 장 의원을 통해 친윤계와의 접점을 키우려는 의도도 엿보이는데요. 돌아선 복심 권은희 의원은 안 의원의 이런 모습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죠.
[권은희/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MBCNEWS' / 지난달 30일) : 진짜 안타깝습니다. 지금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당권을 도전하려고 한다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당권에 도전하려고 한다라면 지금 국민의힘의 권력 다툼을 보시면 알겠지만 윤핵관의 심증을 거슬러서는 안 되거든요.]
반면, 안 의원의 지난 한 달을 < 갈 길 가는 '강철수' >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안 의원, 친윤계와의 연대를 택하면서 자연스레 이 대표와는 정치적 숙적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대표와의 날 선 신경전에서 안 의원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철수'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간장'이란 이 대표의 도발에 모르쇠로 응수했는데요.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7일) : (혹시 '간장'에 대해서 따로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뭐 속이 타나 보죠.]
이 대표가 자신을 불편해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 대표의 트라우마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 대표가 과거 자신과의 선거에서 패배해 상처가 남아있을 것이라며 역도발로 맞선 겁니다.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MBCNEWS' / 지난달 28일) : 그러니까 2016년 선거 때 그때 아마 이준석 대표가 처음으로 정치계에서 출마를 했었던 때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 국민의 당을 창당을 해서 또 출마를 했었죠. 그래서 저는 3번을 달고, 이준석 대표는 1번을 달고 제가 20% 이상 이겼습니다. 그게 처음 시작입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29일) : 안철수 대표가 2016년에 살고 계신가 봅니다. 예, 뭐 그런 거 평생 즐기십쇼.]
안 의원은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며 당내 세 불리기에도 나서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잡은 인수위원장이었다는 점을 십분 어필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14일) :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정부에 많은 네트워크들을 가지게 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래서 혹시 그런 일들이 필요하신 분들 계시면 같이 협력하고, 저도 정부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안 의원은 인수위가 선정한 110대 국정과제를 공부하기 위한 '민·당·정 연계 토론모임'을 본격 출범시켰습니다. 토론회는 경제·과학기술·팬데믹·연금개혁 등 주제별로 네 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인데요. 이달 12일 글로벌 경제위기를 주제로 첫 토론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당 지도부가 아닌 소속 의원이 당·정 협의체에 준하는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인데요. 인수위에서 안 의원과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도 대거 참석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주도하는 토론 모임뿐이라는 메시지를 당내에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토론 모임을 정치적 발판 삼아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죠.
자, 오늘은 파검이냐 흰금이냐만큼 논쟁적인 안철수 의원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을 정리해봤는데요. '간'이 될지 '강'이 될지는 결국 안 의원의 당내 성공적인 정착 여부가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친윤계 손 잡은 '간철수'냐, 갈 길 가는 '강철수'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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