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따른 방만 지출 '메스'.. 취약층 복지 축소 우려도
이희경 2022. 7. 7. 19:11
재정준칙, 단순·엄격하게 개정
관리재정수지 GDP -3%내 관리 원칙
사업 구조 조정·공무원 보수 억제 등
정부, 총지출 대폭 줄여 효율화 나서
고물가 등 복합위기 장기화 예고 속
기업지원 확대·부자 감세 추진 공언
재정 운영 제한에 취약층 부담 커질 듯
관리재정수지 GDP -3%내 관리 원칙
사업 구조 조정·공무원 보수 억제 등
정부, 총지출 대폭 줄여 효율화 나서
고물가 등 복합위기 장기화 예고 속
기업지원 확대·부자 감세 추진 공언
재정 운영 제한에 취약층 부담 커질 듯
尹대통령 모두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면한 민생 현안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확장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긴축재정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주=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정부가 관리재정수지를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0% 이하 수준으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도 2027년까지 GDP 대비 50%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건 더 이상 재정을 중심으로 경제를 운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국가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커졌는데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생긴 점도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정책 기조를 180도 전환한 배경으로 꼽힌다.
◆단순하고 엄격해진 재정준칙… ‘관리재정수지 GDP 대비 -3.0%↓’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새롭게 마련된 재정준칙은 문재인정부 당시 설계된 안과 비교해 ‘단순하고 엄격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2020년 10월에 발표된 재정준칙의 경우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누고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3.0%로 나눈 각각의 수치를 곱한 숫자가 1.0 이하가 되게 하는 복잡한 계산식이 제시됐지만 이번에는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3.0% 이내로 관리하는 요건만 뒀다. 관리재정수지가 통합재정수지보다 통상 40조~45조원(올해 기준)가량 적자폭이 큰 것을 감안하면 준칙 기준이 더 엄격해진 셈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내년 예산안부터 새 재정준칙안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치로, 나라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데 쓰인다. 지난 5월 편성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110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추경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5.1%였는데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3.0%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총지출을 대폭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강력한 재정준칙을 제시한 건 국가채무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를 바라보는 나라 안팎의 시선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068조8000억원으로 전망돼 400조원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지출 증가라는 측면이 크지만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경쟁으로 늘어난 비효율적인 지출로 나라곳간의 건전성이 훼손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대대적인 정부 지출 구조조정 파장 불가피
문제는 정부의 지출 효율화 작업이 불러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252개에 달하는 민간 보조사업을 폐지하거나 감축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의무·경직성 지출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공무원 정원과 보수를 억제하고, 공공기관·국유재산 자산 매각과 민간투자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고물가 등 복합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높은 복지수준, 낮은 조세부담률, 낮은 국가채무’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이른바 ‘재정의 트릴레마’에 비춰보면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각종 조세 감면이 예고된 만큼 향후 복지 분야가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 정부 예산 중 사회·복지 분야는 전체의 32.1%로 가장 많다. 아울러 정부가 병사 월급 인상 등 209조원에 달하는 국정과제를 약속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혀 재정 운용의 폭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한다면서도 정부가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상호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고, 부자에 대한 감세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지출구조의 통제는 결국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복지 축소 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도 대거 전환한다. 그간 재정 지원 중심이던 일자리사업을 대폭 구조조정해 고용 창출의 무게추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단기 알바’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노인일자리 사업도 시장지향형 일자리로 개편키로 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지출 구조를 개선한다. 향후 재정 여력이 축소되면 돌보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보장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연금 개혁과 건강보험 재정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한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진경·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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