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만난 박진 "한·중 평등하게 협력하는 동반자 돼야"

김선영 2022. 7. 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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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서 G20 외교장관회의 개막
왕이 "좋은 이웃, 우호협력 준비돼"
美·日·中·러 외교수장 한자리에
8일 韓·美·日회담.. 대북 협력 논의
韓·日은 '약식 회동' 가능성 무게
中·러 양자회동, 우크라전 등 논의
블링컨·왕이, 관계개선 물꼬 주목
박진 외교부 장관이 7일 인도네시아 발리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외교수장이 만나는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가 개막하면서 한국의 ‘가치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진영 대결 양상이 더욱 첨예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 도착해 다음 날까지 진행되는 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박 장관의 다자 외교장관 회의 참석은 취임 후 처음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일·중·러 등 G20 국가 외교부 장관이 전원 대면으로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박 장관은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첫 대면 회담을 가졌다. 한·중 간 양자 회담은 성사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미동맹 강화에 무게를 실은 윤석열정부를 향한 중국의 구체적 입장이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쌓으면서 평등하게 협력하는 좋은 동반자가 돼야 다가올 미래 30년도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왕 부장은 “우리는 한국 측과 우리의 좋은 이웃 관계, 우호협력 관계가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왕 부장은 상대에 대한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 큰 이익을 위해 진전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도 피력했다. 이는 윤석열정부가 미국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지 않고 한·중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라는 우호적 표현으로 풀이된다.

8일에는 박 장관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린다. 이날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한·미·일) 회담에서 3국 장관은 지난주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한 문제 포함 지역·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3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말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윤석열정부는 미국 등 서방과 보조를 맞추는 가치외교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전략적 명료성’을 보였고,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3자 안보협력 복원을 강조한 바 있다.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 회의(7∼8일)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지역의 한 호텔에서 7일 직원들이 행사 준비를 하기 위해 모여있다. 누사 두아=AFP연합뉴스
다만 한·일 양자 간 정식 회담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측이 이번 회의 중 여러 차례 같은 공간에 있을 것으로 예상돼 풀어사이드(약식회동) 등의 형태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두 장관은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밝히는 한편 박 장관의 방일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오후 환영리셉션으로 일정을 시작한 이번 회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서방 측과 중국의 왕 부장,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이 한자리에서 모이면서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대응 방안과 양자 간 교역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AP연합뉴스
특히 이번 회의 기간에 블링컨 국무장관과 왕 부장의 양자 회담도 예정돼 있지만, 양국 사이에 이렇다 할 돌파구 마련은 힘들 것으로 점쳐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다웨이(達巍) 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 중국은 기존 자기 입장을 말할 뿐 중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왕 부장과 블링컨 장관의 만남은 양국이 고위급 접촉을 지속하겠다는 암시일 뿐 회담에서 어떠한 돌파구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우신보(吳心伯) 소장도 “이번 회담이 G20 회의의 부차적인 행사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영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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