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00조씩 쌓이는 적자.. 포퓰리즘 지출 깎고 공공자산 판다 [尹정부 재정운용 방향은]
초중등 교육비 대학 돌려 효율화
공기관 골프장·콘도 회원권 매각
깎아주는 법인세·종부세는 부담
윤석열 정부의 국가재정전략 밑그림이 7일 나왔다. 큰 틀은 예고했던 대로 건전재정이지만 사실상 긴축재정이다. 정책전환은 주요국 대비 국가채무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매년 100조원 내외로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재정수지 적자 고착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는 빠른 수준으로 증가해 올 연말 기준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2022년 1차 추경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5년간 증가한 국가채무는 416조원에 달한다. 비기축통화국이면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국가채무 급증은 상당한 위험요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와 국제기구가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전임 기재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에서 "신용평가사들도 그동안 우리 경제의 강점으로 평가했던 재정건전성을 경계감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며 "포퓰리즘적 재정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재정은 국가운영의 근간이자 최후 보루라는 신념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전략의 목표를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에 맞춘 것도 재정이 위험수위에 도달하기 전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통해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관리재정수지 -3% 이내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재정준칙 내용을 선보였다. 엄격성과 구속력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재정준칙에는 관리지표가 통합재정수지였지만, 새 정부는 관리재정수지를 관리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가채무는 관리지표에 똑같이 포함됐다. 최 차관은 "국민연금 등의 지급시기가 본격화되지 않아 사회보장기금에서 40조원의 흑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가의 재정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할 때는 통합재정수지보다 관리재정수지가 더 정확한 기준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 국가채무를 GDP 대비 60% 초과 때 수지한도를 축소하는 게 재정준칙의 핵심이다. 법적 근거도 전 정부와 다르게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둔다. 시행시기도 기존의 2025년까지 유예가 아닌 법 개정 후 바로 적용으로 잡았다. 다만 예외조항은 있다. 예를 들어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재정준칙을 면제하는 대신 다음 연도에 재정건전화 계획을 다시 수립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교부금 개편도 재정혁신 방안으로 제시됐다. 최근 20년간 학령인구(6~17세)가 감소하고 있지만 교육교부금은 약 4배 증가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 학령인구는 2000년 811만명이었지만 2022년 539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14조9000억원에서 65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상관없이 내국세 20.79%와 교육세 일부를 무조건 재원으로 하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출효율화를 위해 2022년 본예산 기준 3조6000억원 규모의 교육세를 대학교육 연구역량 강화 등에 투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학생 1인당 공교육비의 66%에 불과한 고등교육의 공교육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초중등교육은 OECD 평균의 132%로 훨씬 많이 투자된다. 교육분야의 투자 불균형이다. 다만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을 제정해야 하고, 국가재정법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자산매각도 재정혁신 포함
재정혁신 전략에는 민간투자 활성화, 국유재산 활용 확대도 포함됐다.
유휴부지 등 기관 고유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은 매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 여기에는 골프장·콘도 회원권 등 과도한 복리후생용 자산도 포함돼 있다. 민간투자 규모도 연평균 5조원에서 7조원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대상시설을 도로·철도 중심에서 교통·생활인프라 확충, 노후시설 개량 등으로까지 늘린다.
코로나 한시지출 정상화, 보조사업 정비 등을 통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키로 했다. 기재부는 "지난 5월 실시한 민간보조사업 점검 결과 사업 축소·폐지 대상사업을 중심으로 2023년 예산안에서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월 440개 사업점검 결과 폐지사업은 61개였고 감축은 181개였다.
다만 확장재정에서 사실상 긴축으로 전환하는 이 같은 정책전환이 경기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는 물가안정, 경제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인플레이션 후 경기침체가 현실화됐을 땐 되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건전재정을 내세우면서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감세정책을 펴고 있어 이행수단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현재로선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 공공기관 자산매각 등이 제시됐지만 재정증대 요인으론 미미하다. 또 지출구조조정이 복지부문에 집중될 경우 전례 없는 복합위기에 허덕이는 서민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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