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동생 돈 뺏는 것" VS "더 깎아야"..교부금 개편 논란

김유나 2022. 7. 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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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등교육 부실하면 공교육 성과 못 내"
교육계 "열악한 초중등 교육, 아예 포기 선언"
유초중고 교부금 줄여 대학 지원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참석자들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방만 예산’ 지적을 받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수술에 들어간다. 유·초·중·고교에 쓰이던 교부금을 대학에도 쓰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하는데 유·초·중·고에 돌아가는 교부금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크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초·중등교육에 비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열악해 대학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등록금 인상 카드를 선뜻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7일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학생 수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교부금 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교부금은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17개 시·도교육청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재원이다. 정부는 현재 매년 걷히는 내국세 총액의 20.79%를 떼 교육 예산에 배정한다. 교부금은 여기에 교육세 일부를 더한 것으로, 올해 규모는 81조3000억원이다. 교부금은 교육에 적극 투자한다는 정부 의지를 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예산이 과도하게 책정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경제 성장으로 세수(稅收)가 늘며 매년 교부금이 증가하고 있지만, 학령인구(만 6∼17세)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수는 2014년 638만명에서 2018년 567만명, 2022년 532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이 기간 교부금은 40조9000억원에서 52조5000억원, 8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교육교부금은 4배 정도 증가했지만 초·중등 학령인구(만 6∼17세)는 2000년 811만명에서 올해 539만명으로 34% 감소했다”며 ”유·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 분야 간 투자 불균형 문제가 심화했다”고 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그간 재정당국의 교부금 축소 시도에 계속 반발해왔지만, 결국 교부금 개편 쪽의 손을 들어줬다. 김병규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동생 것 빼앗아 형한테 준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개편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학 등록금이 10여년 이상 동결돼 고등교육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고등교육이 부실하면 공교육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 제 손가락을 자르는 심정으로 개편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가칭)’를 신설하고, 향후 교부금 중 내국세 연동분은 지금처럼 초·중등 교육에 활용하되 교육세분은 고등교육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예산은 △대학 교육·연구역량 등 경쟁력 강화 △반도체 등 미래핵심 인재 양성 △직업 재교육 등 평생교육 지원 △지방대학 육성 등에 쓰인다.

교육세분이 올해 기준 3조6000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연간 3조∼4조원이 고등교육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반회계 전입금(1조∼1조9000억원)을 더하고 타 부처 인재양성사업 예산(4000억원) 등을 합치면 고등·평생교육 예산은 기존보다 최대 48%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 금액은 관련 법안들이 모두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추산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부금 개편은 고등교육 투자를 확대하는 첫 단계”라며 “2027년까지 고등교육 재정투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국내총생산 대비 1.1%)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학들은 이번 개편을 반기고 있지만, 초·중등 교육계는 ‘아랫돌 빼 윗돌 괴기’라며 반발하고 있어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 수가 줄었다고 교부금을 개편하는 것은 지금도 열악한 초·중등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군 병력이 줄면 국방비도 감축해야 하나”라며 “현재 초중고 건물의 40%가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이다. 고등교육 재정이 필요하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 수는 줄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기초학력이 저하 문제 등 예산이 투입될 곳은 더 늘었다”며 “대학 등록금 인상에 대한 국민 거부감이 크니 건드리지 못하고 초·중등 예산을 뺏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발표된 개편안은 시·도교육감들과 어떠한 대화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됐다”며 “이는 국가가 지방의 유초중등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로 우리 교육감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경기침체로 내년 세수 축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교부금을 보충해줄 준비를 하기에도 모자란 시점에 오히려 교부금을 덜어낸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재정당국은 유초중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오늘의 성급한 결정을 재고하고, 미래를 위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고등교육예산은 별도의 재원을 확보해 지원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안정적으로 확보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부금 중 교육세분을 넘겨줘도 시·도교육청 재정규모가 크게 줄지 않는다. 현재 수준은 유지될 것”이라며 “(교육청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선 이번 개편안에 교부금 산정 방식 개편이 빠진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교부금에 할당하는 것 자체가 과도하고, 오히려 교부금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국세 연동 교부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계부처, 전문가 협의를 통해 개선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내국세 연동 비율을 바꾸는 것만큼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당국은 학생 수가 감소하니 전체 교부금 규모도 더 줄어야 한다고 판단하지만, 교육예산은 단순히 학생 수만으로 따질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재정당국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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