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전남, 백신 4차접종 전국 1위..현장에서 답 찾다 [현장르포]
노인·섬 많고 시설도 부족하지만
섬 직접 찾아가고 1대1 연락 등
현실 맞춤형 전략으로 성공 거둬
"이상반응 보상·의료인력 필요"
지난 1일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도의 수국 축제장 입구에 마련된 의료지원 부스(백신 4차접종 사전 접수처)에서 신안군보건소 직원들이 연신 구슬땀을 흘렸다. 한낮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흰색 가운의 김지성 간호사(신안군보건소)는 마스크 등을 나눠주며 백신접종을 안내했다. "축제장에 오는 분들한테 접종을 안내하고 예약도 해드리고 있어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백신 접종(4차)을 잊고 있는 분들이 꽤 있어요". 만개한 수국을 보러 지난달 24일부터 열흘간 3만명이 다녀갔다.
전남의 백신 4차 접종률(7일 기준 60세 이상 51%)은 50%를 넘었다. 17개 시·도 중에 가장 높다. 요양병원·시설, 정신건강증진시설 등 고위험시설 접종률은 90.4%에 달한다. 치명률(0.08%) 또한 17개 시·도(세종 제외) 중에 가장 낮다.
전남은 고령인구 비중(60세 이상 33.6%)이 가장 높다. 섬도 많고 의료시설도 열악하다. 그럼에도 전남의 4차 백신접종률은 전국 1위다. 이런 '전남도의 기록'에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전남도, 백신 4차접종 전국 1위
목포에서 압해대교,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남강선착장에서 40여분 배를 타고 도착한 비금면 보건지소. 작은 리조트 같은 2층 건물의 보건지소는 지역민들에게 없어선 안 될 쉼터이자 의료시설이다.
현장에서 만난 조향희 간호사는 "연락이 안 되는 어르신이 있으면 이장이나 담당 사회복지사와 통화해 접종 예약을 잡고 있다"고 했다.
신안군의 백신접종 노력은 각별하다. 지난 4월초 보건지소조차 없는 외진 섬 낙도에 거주하는 20여명의 어르신이 한 배를 타고 큰 섬(압해도)으로 나왔다. 이들은 신안군 보건소에서 한번에 접종하며 치매 등 건강검진도 같이 받았다. 시장(마트)에서 장도 보고 축제도 구경했다.
김현희 신안군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4차 접종이 마을잔치와 같았다. 차량은 군(郡)에서 지원했고 마을 이장과 부녀회원들이 접종을 도왔다"고 했다. 신안군은 1·2·3차 접종률(60세 이상)도 97.9%를 기록했다.
■노인·섬 많고 시설 부족…전남의 반전
전남의 비결은 뭘까. 노인과 섬이 많아 가장 불리한 여건임에도 △도(道)와 시·군, 지역민과 유관기관 등 모든 관계자들의 신속한 정보 공유 △이들의 적극적인 접종 독려와 함께 '찾아가는 접종'으로 요약된다.
최악의 의료환경이 역설적으로 전남도가 코로나에 절실하게 대응하는 동력이 된 것이다.
강영구 나주 부시장(전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불리한 여건을 잘 알기 때문에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보건지소의 백신 접종, 방문 접종 등 지역 실정에 맞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답은 현장에…'만나고 전화하고'
답은 현장에 있었다. 전남도는 1대1 전담 공무원제를 가동 중이다. 특히 요양병원·시설 및 정신건강증진시설 등 고위험시설 대상자의 접종에 많은 힘을 쏟았다. 본인 동의가 어려운 환자의 동의를 받기 위해 가족을 설득했다. 지역 의사회 등과 협력해 시설에 직접 방문해 접종했다. 이렇게 2만7000여명이 4차 접종(고위험시설 4차 접종률 90.4%)을 했다.
효과가 높은 맞춤형 방문 접종을 확대했다. 22개 시·군은 고령층이 많은 주간보호센터, 양로시설, 장애인·노숙인시설 등을 찾아가 6000여명을 접종(4차)했다.
의료시설이 부족한 섬에는 백신을 들고 찾아갔다. 전남도 행정선박을 타고 14개 섬을 찾아가 700여명을 접종했다.
이남희 전남도 예방대응팀장은 "처음엔 접종에 동의하지 않다가도 직접 찾아가면 접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남도는 22개 시·군 담당자별로 단체메신저방에서 매일 접종상황을 공유, 확인하고 있다. '모 기관에서 방호복을 잘못 착용해서 감염됐다'는 등의 발생 사례도 빠짐없이 공유했다.
이뿐 아니다. 전남도는 올해부터 재개된 함평나비축제(4월29일~5월8일) 등 지역 축제와 마을잔치, 전통시장 등 현장에 의료지원 부스를 설치, 백신접종을 안내하고 예약도 받았다.
이같은 노력은 전남도가 처음이다. 지난달 23일 해남군 송지면민의 날 축제에선 120여명이 현장에서 접종을 예약했다. 나주시·함평군은 보건소에서 사전예약 없이도 당일접종을 하고 있다.
접종을 독려하는 재난안전문자메시지도 지역민들에게 매일 발송한다. 진미 전남도 감염병관리과장은 "주민에게 문자메시지를 너무 많이 보낸다며 행정안전부의 경고까지 받을 정도"라고 했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협력실장은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층 4차 예방 접종을 위해 행정선을 이용한 섬지역 방문 접종, 1대1 담당자 지정 안내 및 대리예약 등 각종 편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현장 "전국민 4차 접종해야"
이달 들어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7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1만8511명)는 2만명에 육박했다. 2주 전보다 2배 늘었다.
현재로선 백신 접종이 최선이다. 하지만 60세 이상(대상자 1216만명) 4차 접종률은 30%(31.4%)대에 정체돼 있다. 정부는 전국민 4차 접종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진 과장은 "전남도는 4차 접종대상자를 40~50세로 확대해야 한다고 중앙정부에 건의했다"고 했다.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 이 팀장은 "치매노인 등의 가족에게 접종을 안내하면 '이상반응이라도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거냐'며 되묻는데, 현실적으로 접종을 독려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인 의료인력 부족도 여전하다. 전남은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문금주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전남도가 의사 확보에 연간 40억원 넘게 쓰는데도 오려는 의사들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지방 의료인력 및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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