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더미' 공공기관 철퇴 속도낸다..정부, 재무악화 '현미경 검증'
공기관 경영평가 편람 개정
12월서 9월로 앞당겨 적용
재무건전성에 초점 맞추고
관련 평가 배점 확대하기로
文정부때 생긴 사회적 가치
평가 비중 대폭 축소될 전망
경영평가 편람은 공공기관의 이듬해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잣대로 편람 개편은 오는 9월께 이뤄질 예정이다. 편람에 따라 평가 방식과 내용,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기관별 등급, 임직원 성과급, 기관장 거취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에 편람 수정을 기점으로 현 정부 국정 기조와 맞지 않는 기관장의 물갈이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9월 중으로 경영평가 편람을 수정해 올해부터 바뀐 배점을 적용한다"며 "사회적 가치 구현 배점을 낮추고 재무 관리 배점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공공기관은 올해 평가부터 감점 요인이 커진다는 뜻이다. 윤석열정부가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인 공공기관 개혁 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통상 정부는 매년 12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편람을 개정해 이듬해부터 개정된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그다음 해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문제는 지금처럼 편람 개정과 경영평가 사이에 정권교체기가 맞물려 있을 때다. 이 경우 공공기관에 대한 운영 철학이 다른 정부가 들어섰지만 평가는 이전 정부에서 마련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정책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재부는 지난달 20일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는 윤석열정부가 아니라 문재인정부가 2020년 말 개정했던 편람에 따라 지난해 경영평가한 결과를 올해 발표한 것이다. 발표는 윤석열정부가 했지만 내용은 일찌감치 문재인정부가 만들었다는 얘기다.
편람 수정 시기가 늦어지면 공공기관에 윤석열정부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시기도 그만큼 늦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12월 편람을 고치면 내년에 평가해 2024년에야 발표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현 정부 국정 철학에 맞는 평가 결과가 공표되는 시점이 너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보다 빨리 편람을 고쳐 올해부터 바뀐 방식을 대입하면 현 정부 운영 방침을 하루빨리 적용해 정책 시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편람 개정 방향도 정해졌다. 정부는 우선 이전 정부에서 크게 낮아졌던 재무 배점을 되살리고 사회적 가치 배점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집권한 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청년 인턴 채용 등 이전 정부에는 없었던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을 신설해 경영평가 100점 만점 중 22점(공기업 기준)을 배정했다. 이 배점은 점차 강화돼 지난해 25점까지 높아졌다. 반면 한때 14점에 달했던 조직·인사·재무관리 배점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직후 9점으로 깎이더니 지난해 7점까지 낮아졌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공공기관 평가가 이뤄지는 가운데 갑자기 배점이 크게 흔들리면 평가 과정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며 "9월에는 배점 조정을 시작하되 내년 말 편람을 개정할 때 점수 체계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재무 배점을 대폭 높이는 것은 그동안 공공기관이 양적으로 성장한 데 비해 경영 효율성은 크게 저하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2007년 근거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298곳에 그쳤지만 올해 350곳까지 불어났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이 기간 공공기관 인력은 11만5000명 증가해 44만3000명을 넘어섰고, 전체 부채 규모는 583조원을 기록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인력을 대폭 늘렸지만 그에 상응해 1인당 부가가치는 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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