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D바이오 조영식 'M&A 베팅'..美시장 도전
쌓인 현금으로 해외사 잇단 인수
'넥스트 코로나' 대비 사업 다각화
세계 최대 체외진단 시장 美 공략
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로 글로벌 시장을 뚫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은 미개척 시장이었다. 애보트 같은 글로벌 진단업체가 버티고 있는 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SD바이오센서 매출의 84.5%가 유럽·아시아에서 나오고 미주 비중은 5.9%에 그쳤던 이유다.
SD바이오센서 창업자인 조영식 회장(사진)이 꺼내든 카드는 현지 진단기기 업체인 머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다. 세계 최대 체외진단 시장인 미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M&A로 ‘넥스트 코로나’ 대비
SD바이오센서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온 조 회장이 1999년 세운 혈당측정기 업체 에스디가 전신이다. SD바이오센서는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2019년 73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지난해 2조9300억원으로 40배로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5억원에서 1조3640억원으로 무려 910배로 폭증했다.
SD바이오센서를 ‘벼락부자’로 만든 건 코로나19 신속항원진단키트다. 2020년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시장 선점 기회를 잡았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올 1분기에도 1조3884억원의 매출을 올려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2분기 매출은 7000억원 안팎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춤해지면서다.
조 회장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SJL파트너스와 손잡고 머리디언을 인수하는 건 팬데믹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 회장은 ‘넥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업계 관계자는 “SD바이오센서가 코로나19를 포함해 다양한 질병과 감염병 진단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 진출·사업 다각화 ‘노림수’
업계에선 SD바이오센서의 이번 M&A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우선 미국 시장 공략이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말에야 FDA로부터 신속항원진단키트 허가를 받았다. 제품 판매도 스위스 제약사 로슈에 의존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업체를 인수하면 오랜 기간 쌓아야 하는 현지 유통망 구축 등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며 “FDA 허가 등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고 했다.
JP모간 한국대표를 지낸 임석정 회장이 이끄는 SJL파트너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SJL은 국내 기업의 크로스보더 M&A를 지원하는 역할을 표방한다. 이번 거래도 임 회장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영역도 넓힐 수 있다. SD바이오센서는 신속 유전자증폭(PCR) 진단기기인 ‘스탠다드M10’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신속항원진단과 다른 분자진단 영역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새로 진출한 분야다. 스탠다드M10은 6시간 정도 걸리는 PCR 검사 소요 시간을 30분 안팎으로 줄였다. 조 회장은 “SD바이오센서와 머리디언, SJL파트너스가 미국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영식 ‘M&A 매직’ 통할까
조 회장의 승부수에 관심이 쏠리는 건 그가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그가 1999년 세운 에스디는 2009년 미국 애보트(당시 엘리어)에 적대적 M&A를 당했다. 이후 엘리어가 무리한 사업 확장의 역풍을 맞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틈을 타 인적 분할된 에스디의 바이오센서 사업을 2011년 조 회장이 거꾸로 인수했다. 지금의 SD바이오센서다.
조 회장은 기술은 물론 가성비를 내세워 신속진단 시장을 장악해왔다. 생산단가를 낮추려고 추진한 공장 자동화 시점이 코로나 팬데믹과 맞아떨어지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신속항원진단키트 제품을 로슈에 납품하면서다. 1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SD바이오센서는 진단기기 유통사인 브라질 에코디아그노스티카(470억원), 이탈리아 리랩(619억원), 독일 베스트비온(161억원)을 최근 잇달아 사들였다.
한재영/김채연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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