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덮은 거대한 화염에 '35.9도' 폭염과도 싸운 소방관들

소방대원 115명 투입..무더위에 탈진한 모습도
강풍에 초기 진화도 애먹어..큰 불길 잡혀서야 생수 한병

7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 정박 중이던 어선 3척에서 화재가 발생, 진압에 나선 제주 소방대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7.7/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지역 최고기온이 35.9도까지 치솟은 7일 대형 어선 화재가 발생한 한림항에서는 완전 무장한 소방관들이 거센 화마와 맞서 싸웠다.

이날 오전 10시17분쯤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안에 정박 중이던 어선 A호(29톤·근해채낚기·한림선적)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즉시 관할 소방서의 소방력을 총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 총 115명의 소방대원이 현장에 투입됐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A호 옆에 정박된 B호(49톤·근해자망·한림선적)와 C호(20톤·근해자망·한림선적)로 불이 번지며 급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 정박 중이던 어선 3척에서 화재가 발생, 진압에 나선 제주 소방대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7.7/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설상가상 강한 바람 탓에 바다 쪽에 소방차를 댈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자, 소방은 방파제에 화학차와 구조차를 세워두고 진화에 돌입했다. 또 해경정예 구조대원을 승선시켜 육상과 해상에서 동시에 화재 진압을 이어갔다. 제주 유일의 소방헬기인 한라매 역시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폭염 속 5시간이 넘는 진압 작전 끝에 오후 3시25분쯤 초진에 성공했다. 당초 초진 시간은 오후 2시10분으로 파악됐으나, 이후에도 잔불이 계속되며 최종 초진 완료 시각은 오후 3시25분으로 수정됐다.

큰 불길이 잡히자 소방대원들은 바닥에 주저 앉아 얼음 생수 한 병을 이마와 목 부분에 갖다대고 땀을 식히기에 바빴다.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한림 지역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으며, 4시간 넘게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대부분 탈진한 모습이었다.이날 낮 최고기온은 북부 기준 35.9도를 기록하며 올 들어 가장 더웠고, 한림 지역 기온은 31.1도까지 치솟았다.

7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 정박 중이던 어선 3척에서 화재가 발생, 진압에 나선 제주 소방대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7.7/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김영호 제주서부소방서장은 "현재 최초 화재가 발생했던 어선은 선두만 남기고 잠겼고, 나머지 두 척은 이동조치 후 잔불 정리 중"이라며 "완진까지 최선을 다해 진압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사고든 마찬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어선 화재는 소방대원들에게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현장으로 통한다.

제주도내 전체 선적의 90% 이상이 화재에 취약한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연소 확대가 순식간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피해 어선이 여러 척일 경우 각 선박에 적재된 경유의 양에 따라 재발화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물이나 간단한 화학약제로 소화가 가능한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유류 화재의 경우 물을 뿌려도 소용이 없거나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포분말 소화약제를 실은 고성능화학차가 현장에 투입된다.

지난 4일 오전 4시29분쯤 서귀포시 성산항에 정박 중인 어선 3척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3시간 만에 초진에 성공했으나 해상으로 유출된 기름에 불이 옮겨붙기 시작하면서 완진까지 무려 12시간이 걸렸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도 불길이 거의 잡히는 듯 하더니 오후 1시쯤 가장 바깥쪽에 있던 선박에 불이 다시 번져 소방관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피해 어선 3척에 적재된 경유 양은 총 2만1400리터로 파악됐다.

김 서장은 "선박 화재는 일반 주택 등에서 발생하는 화재와 달리 내부에 있는 가연물질이 계속 배출된다"며 "오늘 역시 경유가 흘러나오며 재발화가 시작됐고, 즉시 옆에 화학차를 배치해 진압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7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안에 정박 중이던 어선 3척에서 불이나 거대한 화염이 솟구치고 있다.현재 소방과 해경이 화재를 진압중이다. 이 화재로 3명이 다치고 2명이 실종됐다.2022.7.7/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한편 이 화재로 현재까지 A호에 있던 5명이 다치거나 실종됐다.

화재 직후 바다로 뛰어든 선원 3명(한국인 2명·인도네시아인 1명)은 해경이 구조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화상과 골절상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3명과 함께 어선 안에 있었던 한국인 기관장 1명과 또 다른 인도네시아인 선원 1명의 행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