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두 달 만에 수사망 오른 前국정원장들..文 겨눈 시나리오 '속전속결'

박나영 기자 2022. 7. 7.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이첩 하루 만에 공공수사 1·3부에 배당
대통령실 "검찰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국가정보원은 6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각각 박지원·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지난해 2월3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두달 만에 이전 정부 국정원장 2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국정원이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검찰에 이들을 고발했고,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청와대를 겨누기 위한 정부의 시나리오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이 6일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 등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대상자가 '박 전 원장 등' 인 것으로 미뤄 검찰의 칼날이 국정원 관계자들을 포함해 문재인 청와대로 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의 공세와 국정원의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16일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2년 전에 한 발표를 뒤집으면서 국면 전환이 시작됐다. 피살된 공무원의 '자진 월북 추정'이라고 났던 결론이 '월북 의도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 발표와 동시에 국민의힘은 '공무원 피견사건 진상조사 티에프(TF)를 꾸리는 등 '친북몰이'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뒤이어 국정원은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혐의점이 발견됐다며 국정원장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됐을 당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를, 서 전 원장은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합동 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을 받는다. 고발장을 접수한 대검찰청은 즉시 서울중앙지검으로 내려보냈고 중앙지검은 하루 뒤인 7일 곧바로 사건을 배당했다. 통상 사건 배당에 2~3일, 길게는 일주일씩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조처로 보인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가,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가 맡았다.

공공수사1부는 이미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서훈 전 원장과 김정호 전 민정수석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유가족의 고발에 더해 국정원까지 나서면서 수사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건 당시 청와대가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한 경위, 사건 당일 정부 대응의 적절성, 2년 만에 수사 결과를 번복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공공수사1부에,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공공수사3부에 배당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국정원의 고발 직후 박 전 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 고발과 관련해 "제가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삭제 기록 등이) 국정원 메인서버에는 남는다"며 "그런 바보짓을 하겠나"고 반박했다. 또 페이스북에도 "안보장사 하지말라"는 글을 올리고 "국정원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사람을 뿌리뽑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윤석열 사단으로 사정 채비를 갖춘 상태여서 대대적인 수사가 예고된다. 일각에서는 특별수사팀을 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의 칼 끝이 국정원장 두 명을 넘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뻗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피살 공무원 유족은 사건 당시 '월북'으로 결론낸 수사결과 발표가 청와대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청와대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을 시도할 수 있다. 검찰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를 서 전 원장이 강제로 조기 종료시켰다는 국정원 주장과 관련해서도 당시 청와대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이 이날 "검찰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전직 원장들이 고발된 것을 국정원 보도자료 공개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고발 관련) 두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범죄가 있었다면, 다시 말해 공무원 피격을 두고 국가가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그리고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귀순 어민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중대한 국가범죄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국정원 고발 이후 검찰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피살 공무원 유족을 만나 진상 규명을 약속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국민이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탈북 어민 북송사건 재조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