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신소재..K-조선, 세상에 없던 배로 'R의 파고' 넘는다

이유섭,문광민 2022. 7.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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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호황속 인력부족 암초
조선 3사, 혁신기술로 돌파

◆ 조선업 현장점검 (下) ◆

한국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물량 중 46%를 차지하며 조선산업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겉으로는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 특수'를 누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용접·도장 작업을 진행할 생산 인력이 부족하다.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자칫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공포도 커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복합위기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조선 3사의 현장을 매일경제가 취재했다.

현대重, 선박 설계부터 생산까지 무인운영…스마트조선소 2030년 가동

자율운항기술 개발 아비커스
대양횡단 성공…상용화 속도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로 세계 최초로 대양 횡단에 성공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 제공 = HD현대]
세계 1위 조선 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업 인력난 대응책은 '무인 자율운항'과 '스마트조선소'로 요약된다. 특히 자율운항 기술은 조선사의 선박·엔진 시운전 인력은 물론 해상 운송업계 인력난 해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인건비 외에 오염물질 저감 등을 통해 환경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 중심에는 현대중공업그룹 1호 사내 벤처로 출발해 2020년 12월 출범한 자율운항 전문사인 아비커스가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 18만㎥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을 출발해 파나마운하를 거쳐 태평양을 건넌 뒤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한 것이다.

총운항 거리 약 2만㎞ 중 절반인 1만㎞를 아비커스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을 적용해 자율운항했다. 이 과정에서 연료 효율은 약 7% 올렸고, 온실가스 배출은 약 5% 줄였다. 충돌 위험도 100여 차례 피했다.

아비커스가 개발한 하이나스 2.0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을 기반으로 최적 경로와 항해 속도를 만든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날씨·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 명령까지 제어한다. 아비커스는 올해 하반기 중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또 아비커스는 최소한의 선원만 탑승해 원격 모니터링하는 단계를 거쳐 2030년엔 시스템이 모든 상황을 인지·판단하고 제어까지 하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 선박을 건조한다는 목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한 기자재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이면 2357억달러(약 30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지도 위 선박을 누르면 건조 현황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시각 정보로 얻고, 크레인·지게차 등 동력장비까지 모니터링하는 가상 조선소를 내년 상반기까지 만들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빅데이터 기업인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빅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해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 실시간으로 연결됨으로써 스마트한 작업 관리가 가능한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이유섭 기자]

삼성重 로봇용접 비중 70%로…웨어러블 장비 100대 도입

비숙련공도 숙련공 이상 성과
생산성 30% 이상 향상 기대
삼성중공업 용접공이 협동로봇을 조작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중공업]
지난달 29일 방문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3독 조립공장. 망치로 철판을 두드려 슬래그(용접 부산물)를 제거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깡깡' 울리는 이곳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에 사용될 대형 블록을 용접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언뜻 동굴처럼 보이는 어둡고 협소한 공간에서 강철과 강철이 맞닿는 지점마다 불꽃이 일었다. 용접공은 바닥에 놓인 용접기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제대로 작업을 수행하는지 지켜보다가 용접기가 작업을 마치면 그것을 옆으로 옮기고는 또 감독관처럼 섰다. 이 용접기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물리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용접 협동로봇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전체 용접 공정의 약 70%를 자동화·기계화한 상태다. 이전에는 숙련공만 할 수 있었던 작업을 비숙련공도 충분히 해낼 수 있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대조립 공정에 용접로봇 8대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이를 12대로 늘리고, 내년에는 총 24대를 작업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삼성중공업은 기능공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작업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상지(팔) 근력 보조용 착용형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소 작업 중에는 공구를 머리 위로 들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무게 3~4㎏짜리 그라인더를 머리 위로 들고 일하는 동안 그 하중이 어깨와 팔에 집중돼 작업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능공들은 피로도가 높았다.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면 작업자별 생산성이 30~40%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말까지 웨어러블 장비 100여 대를 시범 도입하고, 이후 전 공장에 확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수주 특수'를 맞은 조선업계는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불황을 겪으면서 생산인력이 크게 줄었고, 남아 있던 숙련공마저 평택 반도체공장 등과 같은 공사 현장으로 떠났다. 비숙련공이 숙련공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조선소의 지상 과제가 됐다.

박진형 삼성중공업 스마트야드연구센터장은 "용접 협동로봇을 활용하면 비숙련자도 고품질의 작업 결과물을 낼 수 있다"며 "현재는 용접로봇만 건조 작업에 사용되고 있지만 도장로봇 개발을 서두르고 단순 반복적인 물류 이동 작업도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 = 문광민 기자]

대우조선 고망간강 LNG선 탱크…고성능·가격경쟁력 세계에 입증

영하 163도 극저온에 최적화
핵심 기자재 기술독립 의의도
대우조선해양과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사진 제공 = 대우조선해양]
지난달 28일 찾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선 독(건조 공간)과 안벽(접안 구조물)마다 선박 건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옥포조선소 'N안벽'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후반 건조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대우조선해양이 포스코와 10여 년간 공동 개발한 끝에 결실을 맺은 신소재가 적용된 30만t급 VLCC 2척이 나란히 떠 있었다.

이 선박은 벙커C유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이중 연료 추진선이다. 선미 갑판에는 거대한 흰색 캡슐이 2개 설치돼 있다. 각각 LNG 3750㎥를 담을 수 있는 연료 저장탱크다. 바로 여기에 신소재 고망간강이 사용됐다. 고망간강이란 철에 다량의 망간을 첨가해 고강도·내마모성 등 성능을 특화한 소재다.

고망간강 소재 LNG 연료탱크가 차지하는 의미는 두 가지다. 우선 조선사가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LNG를 액체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선 영하 163도의 극저온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은 LNG 연료탱크나 화물창을 만드는 데 인바(니켈합금강)나 9% 니켈강, 알루미늄합금, 스테인리스강 등이 주로 사용됐다. 고망간강은 기존 소재보다 극저온 상태에서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도 20~30% 저렴하다. 모두 선박 수주 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는 한국 조선산업의 핵심 기자재 기술 독립을 위한 단초라는 의미도 갖는다. 이석문 대우조선해양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초대형 선박에 타입C 형태의 고망간강 소재 연료탱크를 설치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상무는 "고망간강 소재 LNG 연료탱크를 탑재한 선박을 해외 선주사로부터 대거 수주했다"며 "이는 핵심 원천기술 분야에서도 한국 조선산업이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술적 역량을 입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제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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