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나랏빚'에 긴축 전환, 윤석열 '작은 정부' 가동
"문 정부 때 악화한 나라 살림 회복 차원"
재정 역할 축소 "경기 위축 부를 수도"
1,000조 원에 달하는 '확장재정 빚 청구서'를 받아든 새 정부가 결국 허리띠를 졸라맨다. 급증하는 나랏빚이 재정 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긴축재정'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하지만 통화 정책에 이어 경기 후퇴를 방어할 재정 정책마저 긴축으로 돌아서면 경제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정부 긴축 공식화, '확장 재정'서 유턴
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새 정부 재정 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주제로 앞세운 '바로 서는 나라 재정'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노선을 되돌리고 '작은 정부'를 가동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우선 재정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관리재정수지 마이너스 규모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할 방침이다. 나랏돈을 아껴 써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줄이겠단 뜻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매년 40조 원 안팎 흑자가 나는 4대 보장성기금을 뺀 지표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낸다. 문재인 정부가 4차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한 2020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8%에 달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4.6%)보다 큰 규모다.
정부는 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윤석열 정부 임기 말인 2027년에 50%대 중반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올해 50.1%인 국가채무비율을 집권 기간 5% 포인트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수준이다. 이는 임기 5년간 국가채무비율이 14% 포인트 뛴 문재인 정부보다 크게 낮은 목표다.
정부는 나랏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법으로 규율하는 재정준칙도 도입하기로 했다. 재정준칙은 예산 편성 시 나랏빚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한 지침이다.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관리 목표(-3% 이내)를 어기면 재정 건전화 대책을 추가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건전(긴축) 재정은 정부가 해야 할 지원은 하면서 지속가능한 재정을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나랏빚 현 속도로 늘면, 경제 충격 불가피
윤석열 정부가 긴축 재정에 나선 건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나랏돈을 많이 푼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악화한 국가 살림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인 2017년 나랏빚은 660조2,000억 원에서 올해 1,075조7,000억 원(전망치)으로 415조 5,000억 원 불어났다.
이는 2000년 이후 역대 정부 부채 증가폭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집권 시기 국가채무 증가액은 노무현 정부 143조2,000억 원, 이명박 정부 180조8,000억 원, 박근혜 정부 170조4,000억 원이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마주할 경제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 악화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금 대거 유출, 원·달러 환율 급등 등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1월 "기존 재정 기조 유지 시 중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국에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 정부의 재정 기조는 경제·사회 문제를 나랏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재정 중독증'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재정의 역할을 위축시켜 엄습하는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단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연일 기준금리를 높여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나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을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채무비율은 낮아야 한다는 막연한 신념에 따라 긴축에 나설 경우 오히려 경기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을 꼭 필요한 곳에 얼마나 잘 투입할 수 있는지가 긴축재정 성공의 가늠자"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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