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M&A 시장 대세였던 배달앱..인수 1년 만에 '비상사태'
엔데믹 국면·물가상승 이중고 직격탄
프로모션 줄이며 수익화 본격화 조짐
'차라리 시켜먹는 것 줄이자' 움직임
신사업 속속 시동..이용자 유지 관건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잇달아 빅딜을 성사시키며 승승장구하던 배달앱 서비스가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5조원 규모로 치솟았던 배달 시장이 코로나 엔데믹과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부풀어난 몸집에 거만해진 걸까. 배달료를 올리고 프로모션(판촉활동)을 줄이기 시작한 배달앱 서비스에 소비자들도 “차라리 배달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기류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배달앱을 인수한 뒤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려던 투자자들도 급변한 시장 분위기에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몰렸다.
7조6735억원. 지난해 3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인수 자금으로 쓴 금액이다. 역대급 매각가뿐 아니라 2위 기업 요기요를 운영하던 DH가 국내 배달앱 서비스 1위 기업을 삼켰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DH가 운영하던 음식 배달앱 서비스 요기요가 약 8000억원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GS리테일로 이뤄진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 (CDPI) 컨소시엄에 팔리면서 열기를 이었다. 두 기업 인수에만 8조 4000억원이 넘는 거액이 오간 셈이다.
당시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이러한 거액 베팅에 수긍이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날이 급증하는 배달음식 시장이 놀라울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한다’는 편리함이 가정 곳곳으로 녹아들면서 사용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던 시기였다.
때마침 코로나19 여파도 한몫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가 늘면서 자연스레 배달음식 수요 급증을 부추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5조6783억원으로 2019년(9조7365억원)과 비교해 2년 새 2.6배 급성장했다.
DH에 팔렸던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은 2조8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 직전 해였던 2019년(5654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그 어느 섹터(분야)와 견줘도 이렇게 쾌속 성장을 하는 업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성장세는 채 2년을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배달앱 사용자가 몰라보게 줄었다.
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월별 결제 추정 금액은 지난 3월 2조3500억원에서 지난달 1조87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시기별 편차를 고려하더라도 월 결제 규모가 20% 넘게 빠졌다는 것은 경고등이 켜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코로나19 완화로 배달 음식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배달앱 시장 팽창 당시 ‘배달 음식 주문이 익숙해지면 수요가 견고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거금을 들여 배달앱을 인수한 이후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시동을 건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배달비나 음식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에 차츰 인색해지자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6월 소비자 물가가 23년여 만에 6% 시대를 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우선 순위로 지출을 줄이려는 항목이 배달음식이라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자 외국계 투자자 판으로 재편된 배달앱 시장이 위기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자본시장 안팎에서도 ‘배달앱 시장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맞지 않았느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한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반대로 이상 급증을 불러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며 “코로나19가 회복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지난해를 사실상 (시장규모) 꼭지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달앱 서비스 성패는 퀵커머스(즉시배송) 등 신규 서비스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배달앱 본연의 수요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모두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금껏 펼쳐온 프로모션 카드를 다시금 꺼내 들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 사용자가 받쳐준다는 전제하에 퀵커머스 등의 서비스가 시너지를 내는 데 사용자가 줄기 시작하면 애초에 그린 계획이 어그러지는 꼴이다”며 “사용자 사수를 위해 배달앱 서비스들이 어떤 묘안을 들고 나올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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