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중대재해법 흔들기에 시민단체 "후퇴 안돼" 의견서 제출

유선희 기자 2022. 7. 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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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실현을 위한 학자 전문가 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대통령집무실 근처인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엄정한 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올해 1월27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중대재해 적용 사업장에서만 85건(직업성 질병 2건 포함)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대재해로 9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유독물질에 중독됐다. 이 중 고용노동부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은 12건이다. 73건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이 기소한 건은 1건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안됐고 검찰의 기소율도 낮아 아직 그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벌써부터 중대재해법을 손 보겠다고 한다. 정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시사했고, 국민의힘은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7일 이러한 여권과 경영계의 “시도가 법 제정 취지에도 맞지 않다”면서 그 이유를 담은 의견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먼저 지난달 10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에 담긴 ‘법무부에 의한 인증제도’ 제안을 비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산업통상자원부나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협의해 중대재해 예방 기준을 고시하고,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 적용 노력을 인증받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산업안전분야 인증제도를 법무부가 과연 ‘전문성’ 있게 운영할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운영하는 공적 인증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는 2013년 아르곤 폭발사고를 비롯해 1년 반 동안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러나 당진 현대제철은 원청뿐 아니라 하청업체까지 산업안전공단의 코샤 18001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 사고와 올해 광주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 참사 당시 시공을 맡은 현대산업개발도 안전인증제도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기업이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공단에서 운영해온 공적 인증제도도 실질적으로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업안전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법무부가 인증제도를 운영할 경우 안전 인증·점검이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도 우려했다. 앞서 지난 5월15일 경총은 노동부 ·법무부 등 6개 부처에 제출한 시행령 개정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면제할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내용, 직업성 질병자의 중증도 기준을 ‘6개월 이상 치료’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직업성 질병자의 기준을 세운 것을 두고 중대재해전문가넷은 “급성중독 사고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급성중독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심각한 후유증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불기소한 대흥알앤티 사업장의 경우 급성중독 피해를 본 한 노동자는 간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피부 두드러기로 별도 치료를 받고 있다. 벌써 5개월째다. 언제 다른 유형의 후유증이 발현될지도 모른다. 현행법은 직업성 질병자의 치료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통해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지금도 노동부와 검찰 기소가 더딘데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정부당국 태도도 더 소극적이 될 수 있다. 법이 상징적인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본래 목적한 산업 및 시민재해의 예방과 감소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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