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학들 "그나마 숨통"..교원단체 "초·중등교육 포기"
'재정난 호소' 대학들 대체로 환영 분위기
시도교육감協 "독단적 결정..심각한 우려"
정부가 초·중·고교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재정난을 호소하던 대학은 그나마 숨통을 트게 됐다며 환영했지만 전국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유·초·중등 교육계는 강한 유감을 표하며 정부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정부는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교육교부금 일부를 활용해 ‘고등·평생 교육 지원 특별회계(가칭)’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에 배분돼 초중등 교육에 활용되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된다. 이러한 교육교부금 중 내국세 연동분은 기존처럼 유초중등에 투입하되, 교육세는 고등·평생 교육 지원 특별회계로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골자다. 2022년 본예산 기준 교육세 전입금은 5조3000억 원가량인데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전출금 1조7000억 원을 제외하면 3조6000억 원이 남는다. ‘내국세 연동 방식’ 역시 관계부처·전문가 협의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을 제정하고 국가재정법·교육교부금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신문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이번 발표는 여러 특별법이 올해 말까지 통과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2027년까지 중기 투자계획을 갖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국내총생산 대비 고등교육비 비중 1.1% 이상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며 정부 결정을 대체로 환영했다. 그 동안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장기화 등으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하며 고등교육세나 고등교육교부금법 신설 등을 제안해 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내국세가 향후 줄어들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소 한도로 손을 댄 것으로 분석된다”며 “아주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수조 원의 예산이 추가되는 만큼 대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특별회계는 용도를 지정해주게 돼있는데, 대학 입장에선 가장 필요한 부분인 운영·인건비로 쓰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줄곧 교육교부금 개편을 반대해 왔던 전국 시도 교육청과 유초중등 교육계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재정당국은 시·도교육감들과 어떠한 대화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개편 방향을 결정했다”며 “지방의 유초중등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교육교부금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정당국은 유초중등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오늘의 성급한 결정을 재고하고 미래를 위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고등교육예산은 별도의 재원을 확보해 지원하고, 교육교부금은 안정적으로 확보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학생 수가 줄면 교육 예산이 왜 줄어야 하는지 근거도 이유도 없이 교부금을 개편하는 것은 지금도 열악한 유초중등 교육과 환경 개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갈등만 증폭시키지 말고 필요하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성명서에서 "지금 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축소할 게 아니라 여전히 열악한 유초중등 교육여건을 개선해서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회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향후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내국세 연동 방식의 교육교부금 재원 확보 구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등교육 투자 확대를 위해 교육세 일부를 떼어내는 결정을 함으로써 유초중등 교육계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병규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동생 것을 빼앗아 형한테 준다'는 등의 뼈아픈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이 부실하면 공교육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시간이 흘러 현재나 미래의 초·중등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 손가락을 자르는 심정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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