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평가지표 제각각..韓상황 반영해 표준화해야"
"현 ESG 지표, 활용도 높지 않아"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경제와 경영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기준이 제각각이라 표준화를 통해 투자의사 결정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시장상황을 반영한 기준이 마련되도록 노력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KRX ESG 포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기가 꺾이는 등 위기를 맞은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선 ESG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이원일 한국거래소 부서장, 윤진수 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실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선 송영훈 한국거래소 상무, 김광일 금융위우너회 과장, 천성현 포스코 실장,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 정준혁 서울대학교 교수,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원장이 참석했다.
ESG 정보공개의 국내외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원일 한국거래소 ESG지원부 부서장은 “현재 한국거래소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에 공시 권고지표 21가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종합적 ESG 정보를 폭넓게 담고 있지 않아 활용도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ISSB, SEC, ESRS 등 글로벌 표준 제정안 중 공통사항을 추출하고 일부 중요사항을 추가해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권고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SG 평가 및 등급 관련 현안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제를 맡은 윤진수 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은 “국가별로 ESG 정보 공개 범위와 기준 등이 상이해 ESG 정보에 기반한 투자의사 결정에 한계가 존재한다”며 “최근 ISSB에서 ESG 정보공개를 표준화하는 작업 중이며 국내에서도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시장환경과 기업 상황이 고려되도록 기준 제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본부장은 “국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이 마련되면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ESG 투자 관련 최근 주요 이슈 및 향후 개선방향’을 주제로 마지막 발제에 나선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실장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있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고 책임투자하고 있으며, 다른 목적이 있지 않다는 것을 꼭 말씀드린다”고 운을 뗐다.
최근 연기금이 국내 증시 하락장 속 삼성전자(005930)와 SK(034730)바이오닉스를 대량 순매도하면서 “연기금이 국민 돈으로 ‘국민주’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거세게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중에는 ESG 통합이 있다”며 “투자의사를 결정할 때 손익이나 현금흐름, 멀티플 등 전통적인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ESG 요인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한꺼번에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활용하는 ESG평가체계는 14개 평가항목과 61개 평가지표로 구성된다. 이 실장은 “기업의 성과나 주가 퍼포먼스와 연관이 있는 것들로 자체적으로 추려낸 지표들”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ESG 관련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며 ESG가 후퇴하는 듯한 분위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간 과열된 열기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지금껏 ESG를 규제나 부담으로 봐 왔던 국내 기업들이 이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ESG를 지속가능 성장의 계기로 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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