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90번 외친 美연준..금리인상 예고에도 시장은 차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6월 14~15일 (이하 현지시간) 진행된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6일 공개됐는데 회의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을 무려 90번이나 언급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정책이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지만 연준의 최우선 정책 목표가 물가안정에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6월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11명의 위원 중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동의했다. 조지 총재는 금리 인상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다수의 의견보다 낮은 0.50%포인트 인상을 지지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긴축적인 정책 방향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며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될 경우 더 제약적인 입장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여기서 말하는 '제약적인 입장'은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설정, 이를 위해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방향도 재확인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미국의 경제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통화 긴축이 경기 성장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물가 상승률을 다시 2%로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6% 치솟는 등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았다.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추산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은 8.8%로 41년 만에 최고였던 지난 5월 8.6%를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FOMC 참석자들은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전망은 5월 정례회의 이후 더 악화했다"이라며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굳혔다"고 했다.
시장은 의사록 내용을 예측 가능한 수준의 발언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중립 수준을 넘어 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의 긴축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밝히면서 자이언트 스텝 이슈에도 무덤덤해진 것이다.
연준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도 "특별한 내용은 없어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경기 둔화 국면을 맞으면 연준이 금리를 많이 올릴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시장에선 의사록 내용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실제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 정점을 4%대 초반으로 봤던 월가 전문가들은 최근 3%대 초반으로 낮춰 잡았다. 기준금리가 내년 1분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채 투자자들은 2023년 12월에는 기준금리가 2.7%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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