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어른들..가출? 실종? 위치추적도 못하는 경찰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20대 직장인 김가을씨(24)가 사라진 지 10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성인 실종 사건에도 초기부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위치 추적 등 적극적인 실종수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은 만 18살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7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김씨가 실종된 지난달 27일 '네이버 지식인'에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면 경찰이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현재까지 확인된 김씨의 마지막 행적은 실종 당일인 지난달 27일 오후 11시쯤 가양대교 위에 서있던 모습이다.
경찰은 김씨가 사용하던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과 대조해봤으나 현재까지 김씨와 동일인인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포털 사업자 측에 가입자 정보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 현행법상 인터넷 아이디 등은 통신자료에 해당해 경찰이 이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실종신고가 접수돼도 범죄 연관성이 없는 한 강제 수사를 할 수 없어 영장 청구 역시 불가능하다.
반면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포함한 '실종아동 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수색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카드 내역 조회에는 영장이 필요하지만 위치추적은 관련법에 따라 가능하다.
19세 이상 성인 실종자를 '가출인'이라고 부르는데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출인 신고 접수 건수는 6만6259건으로 같은 기간 18세 미만 아동 실종 2만1379건보다 3배 가량 많다. 실종아동 등(4만1222건)으로 넓혀 봐도 2만여건 많다.
실종신고가 해제되지 않은 건수 즉, 실종자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비율 역시 성인 실종에서 높다. 지난해 접수된 가출인 중 지난달 30일까지 0.8%(556명)의 신고가 미해제됐다. 반면 같은 기간 실종된 아동의 경우 미해제율은 지난해 말 기준 0.3%(79)다. 현재 시점에서 미해제건수는 더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때문에 성인 실종 발생시에도 초기에 수사가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현행 실종아동법에 성인을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통신자료 열람을 위한 영장 집행 등 신속한 실종자 수색으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실종아동법에 성인까지 포함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악용 가능성 등 부작용을 우려해 사설 탐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2020년 8월부터 탐정이란 용어를 쓸 수 있게 됐지만 탐정업을 관리하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탐정법'을 통해 탐정이 실종자에 대한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인 실종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해도 범죄와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공권력이 바로 투입되긴 어렵다"며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탐정업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프로파일러로 활동 중인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 수사가 강제되면 채권자가 채무자를 찾기 위해 실종신고를 낸다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탐정 제도를 활성화해서 탐정이 성인 실종자를 찾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겠다"고 했다.
다만 성인이 자발적인 의사로 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성인에게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어 집을 떠날 수 있다"며 "사생활의 자유 역시 있는데 가족들이 원한다고 위치 추적 등을 사용하는 건 부적절해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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