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락 반복, 한치 앞 안 보이는 유가에 소비자는 '언제 주유하나'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35)는 요즘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되도록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불과 1년 사이에 휘발유 가격이 리터(ℓ)당 500원 넘게 오르면서 차를 가지고 다니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가끔 주유소에 갈 때마다 가격을 보고 놀란다”며 “가족과 함께 병원을 가거나 행사가 있는 특별한 경우에만 차를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대대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성장률 하락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으면서 원유시장에 몰렸던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결과다.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급락하자 약 2주 뒤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본격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원유 수급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될 수 있어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97센트(0.97%) 하락한 배럴당 98.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경기침체 우려로 8% 이상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100달러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에서 거래되는 것은 지난 5월11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반영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씨티그룹은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할 경우, 국제원유 가격은 올해 말 배럴 당 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경제위기마다 실업률 상승과 기업 도산으로 에너지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든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로 유가가 배럴당 38달러까지 급락하자, 국내 휘발유가도 1290원대로 떨어진 바 있다.
최근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급락했다.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지난달 21일 배럴당 153.63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6일 120.99달러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배럴당 177.10달러에서 141.16달러로 떨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석유제품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조만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석유제품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다시 ℓ당 2000원 밑으로 거래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138달러를 넘었던 국제 휘발유 가격이 4월 둘째주 12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5월 첫째주 ℓ 당 1940원까지 내려왔다.
반면, 수급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유가 하락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성장률이 하락하거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유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공급도 제한적인 만큼 과거 경제위기처럼 30달러대로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실제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던 리비아는 반정부 시위 등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생산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발전용 연료를 경유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스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이 경유로 대체할 경우, 국내에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 역전현상은 반복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주요 기관들의 유가 전망은 배럴당 65달러에서 배럴당 380달러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여기에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침체, 러시아 생산 전면 중단 등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류세 추가 인하와 함께 화물차·버스·택시에 지급하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은 유류세 인하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율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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