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반도체 인재 양성' 대학에 투입..'동생 것 빼앗아 형에게 주나' 비판

김태훈 기자 2022. 7. 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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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중등교육 재정 일부 전환 추진
시·도교육감들 "미래교육 예산"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정부가 유·초·중등교육 재정 일부를 반도체 인재 양성 등을 위한 용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올인’ 시책 때문에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지원이 축소될 수 있어 교육계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7일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특별회계는 ‘반도체 등 미래핵심 인재 양성’과 ‘대학 교육·연구역량 등 경쟁력 강화’ 등의 명목으로 재정을 투입한다.

교육교부금은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유·초·중등교육을 위해 활용됐던 재원이다. 새 정부가 교육교부금을 전용해 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칠 때마다 ‘동생 것 빼앗아 형에게 준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정부가 신설하는 특별회계로 넘기려는 항목은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에서 전입되는 재정이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에서 법정비율(20.79%)대로 전입되는 재정과 교육세에서 일부 전입되는 재정으로 구성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교육교부금 총액 약 65조1000억원 중 내국세에서는 약 61조5000억원이, 교육세에서는 약 3조6000억원이 전입됐다. 현재 시·도교육청이 쓰는 교육교부금 중 5.5% 가량(올해 본예산 기준)이 고등·평생교육을 위한 용도로 전환되는 셈이다.

신설 특별회계는 교육세에서 전입된 몫에 그간 일반회계에 포함돼 있던 대학재정지원 등을 위한 예산 7조4000억원 등을 합쳐 13조3000억원 규모(잠정)로 꾸려진다. 정부는 해당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을 제정하고 국가재정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교부금이 내국세와 연동되어 각 시·도교육청에 지급되기 때문에 탄력적 운용이 어렵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정부 세입과 예산 규모는 커지면서 유·초·중등교육에 사용되는 재원에 비해 고등·평생교육 부문에 투자하는 재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교육부는 특별회계 신설과 별도로 내국세 연동 방식 교육교부금 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계부처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유·초·중등교육 분야 관계자들은 정부의 교육교부금 개편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심해진 학력격차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교육에 들어갈 예산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재정이 풍족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재정당국은 오늘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시·도교육감들과 어떠한 대화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다”며 “내년 세수 축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교부금을 보충해줄 준비를 하기에도 모자란 시점에서 오히려 교부금을 덜어낸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도교육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이미 재정당국에 교육교부금 개편의 주도권을 빼앗겨 이를 받아들 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당국에서는 학생 수 감소라는 단일 통계를 갖고 내국세 연동률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단순히 학생 수만 보지 말고 열악한 과대·과밀학교 같은 문제도 전부 다 따져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이긴 하다”며 “‘동생 것 빼앗아 형에게 준다’는 뼈아픈 지적에도, 손가락을 자르는 심정으로 개편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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