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건전 재정' 대전환.. 정부, 재정 운용 기조 전환 배경은
文정부 당시 설계안보다 단순·엄격하게
관리재정수지, GDP의 -3% 수준으로 관리
국가채무비율도 GDP 대비 50% 중반으로
252개 민간 보조사업 폐지하거나 감축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구조조정 예고
"시민 삶 직결되는 '복지 축소' 나타날 듯"
◆단순하고 엄격해진 재정준칙…‘관리재정수지 GDP 대비 –3%↓’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새롭게 마련된 재정준칙은 문재인정부 당시 설계된 안과 비교해 단순하고 엄격한 특징을 지닌다.
지난 2020년 10월에 발표된 재정준칙의 경우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누고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3%로 나눈 각각의 수치를 곱한 숫자가 1.0 이하가 되게 하는 복잡한 산식이 제시됐지만 이번에는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조건만 뒀다. 관리재정수지가 통합재정수지보다 통상 40~55조(올해 기준) 가량 적자폭이 큰 것을 감안하면 기준이 좀 더 엄격해진 셈이다. 만약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을 경우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추가로 축소하고, 불가피한 사정으로 준칙을 어겼을 경우 그 다음 연도에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가 엄격한 재정준칙을 제시한 건 국가채무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를 바라보는 나라 안팎의 시선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068조8000억원으로 전망돼 400조원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 부채(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GDP 대비 비율은 52.0%로 비기축통화국 평균(54.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 확충을 위해 추경이 편성되는 등 각종 포퓰리즘성(대중영합성) 정책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지출 증가가 나랏빚을 급격히 불린 셈이다.
◆대대적인 정부 지출 구조조정 파장 불가피
문제는 정부의 지출 효율화 작업이 불러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252개에 달하는 민간 보조사업을 폐지하거나 감축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총지출의 절반에 달하는 의무지출이나 경직성 지출도 줄일 부분은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공무원 정원과 보수를 억제하고, 공공기관·국유재산 자산 매각과 민간투자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등 복합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높은 복지수준, 낮은 조세부담률, 낮은 국가채무’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이른바 ‘재정의 트릴레마’에 비춰보면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각종 조세 감면이 예고된 만큼 향후 복지 분야가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병사월급 인상 등 209조원에 달하는 국정과제는 약속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혀 재정 운용의 폭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 재정을 절약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한다면서도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상호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이날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대응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새정부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고, 부자에 대한 감세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지출구조의 통제는 결국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복지 축소 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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