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해자 전출 불가·부당 인사 등 '괴롭힘 되새김질' 당하는 사회복지현장 노동자들
응답자의 59.1%가 "1년 사이 피해 경험"
"복지현장 괴롭힘 가·피해자 분리 잘 안돼"
A씨는 사회복지기관인 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일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A씨가 휴가지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반성문을 쓰게 했다. 신체 주요 부위를 가리키며 성희롱도 했다. 감사실은 원장의 괴롭힘을 인정했지만 이 어린이집 원장으로 계속해서 근무하도록 했다. A씨는 “괴롭힘 피해를 당한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 치료를 받다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린이집에 복귀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가해자 전출이 불가능하다고 해 결국 제가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출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지난 5월20일부터 7월1일까지 사회복지 현장 노동자 313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1%가 ‘1년 사이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0~1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동일한 답변을 한 응답자 비율( 29.6%)의 두 배 수준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스트레스 수준도 높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13.1%였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직 또는 사직 고민을 한다’는 응답은 36.7%에 달했다. 괴롭힘의 종류는 폭언, 폭행, 부당인사, 따돌림, 모욕 등으로 다양했다. 한 응답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데도 (회사가)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며 “하루하루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호세아 조직쟁의차장은 7일 “사회복지현장에서 괴롭힘이 일어날 경우 현장 특성상 오히려 피해자가 일을 관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가 좁고 폐쇄적이라 설령 괴롭힘이 인정돼도 가해자가 전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갑질 가해자는 여전히 지역사회 내에서 잘 살고 있다”며 “피해자는 현장을 떠나거나 또 다른 고통의 되새김질로 살고 있다”고 했다.
법적으로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1차 신고를 사업주에게 해야 한다. 신고를 했으나 회사가 정해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만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한다. 법무법인 논현의 한민옥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의무를 사업주에게 먼저 부과한다는 것 자체가 법령 미비”라며 “노동부에서 최초 신고부터 바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나도 회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응답자의 72.8%는 ‘일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했고, ‘신고 시 회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회사가 사건을 투명하게 처리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8.6%가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더 열악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근로기준법 76조에 명시돼 있는데, 이 법의 적용 범위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다. 응답자의 98.4%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직장내 괴롭힘을 비롯해 부당징계, 해고 등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조합의 조력을 받기 힘든 것도 문제이다. 응답자의 65,5%는 ‘직장에 노동조합이 없다’고 했다. ‘노동조합 가입 또는 노조 활동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1.2%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는 B씨는 “복지계야말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어서 비리나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노조 결성이 힘들다보니 갑질이 더 횡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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