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실, 국정원 고발 文정부 '국가범죄' 측면 주목
박지원 "메인서버 남아 삭제 불가..'걱정원' 만들고 있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서울 용산 대통령실은 국가정보원의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 검찰 고발과 관련 ‘중대한 국가범죄’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앞으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며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또 귀순 어민을 두고 만약 북한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분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중대한 국가범죄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건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국가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따라 국정원의 두 전직 원장 고발은 향후 신구권력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 전 원장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전면부인하면서 국정원을 ‘걱정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규현 신임 국정원장을 향해 “부임한 지 겨우 한달 남짓 되는 신임 원장이 국정원을 걱정원으로 만들고 있다”며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혁된 국정원에서는 직원들이 이런 짓을 안한다”며 “과거 직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데, 자기들이 하던 짓을 지금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바보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의 고발 형식이나 내용 모두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대기발령한 1급 국정원 간부를 고강도로 감찰해 진술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나왔을 때는 전 원장이나 직원도 반드시 감찰, 감사를 해야 한다”며 “저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전화 한통 없이 검찰 고발한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틀리고 바로 직전 원장에 대한 예의도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이 적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삭제했다는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모든 첩보와 특별취급정보(SI)는 국정원이 생산하지 않고 공유할 뿐이기 때문에 문건으로 본 적도 없고 봤더라도 (삭제를) 지시할 바보도 아니다”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삭제를 지시했다고 해도 국정원 메인서버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삭제를 시도하더라도 첩보를 생산한 부처에 남을 수밖에 없고, 국정원 개혁 이후 삭제 지시 등 모든 내용이 메인서버에 기록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전날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 등 혐의로 박 전 원장을 고발했다. 동시에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으로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허위 공문서작성죄 등을 적용해 서 전 원장도 고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의 어업지도선 실종 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과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북한 선원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을 고리로 전직 원장을 고발한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진실규명 여부와 별개로 국정원의 중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정부 외교안보부서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부 색채를 지우는 것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정보기관이 앞장서는 모양새는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원훈을 복원한 국정원이 음지가 아닌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국정원이 전직 원장에 대해 수사의뢰가 아닌 직접 고발에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일본 월간지 인터뷰와 회고록 발간과 관련해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김만복 전 원장 이후 11년 만이다. 국정원이 1급 보직국장과 지역 지부장 등 27명을 대기발령하고 대대적인 내부감찰에 나선 것도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은 고위직들에게 일괄사표를 제출받은 뒤 재신임 여부 절차를 밟곤 했다.
일각에선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시작된 국정원의 행보가 향후 2018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 때 건네진 USB를 비롯해 3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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