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임기제' 도입 이후 12명 중 8명 중도 하차
“무력감, 자책, 부끄러움과 참담함에 동료 후배들 앞에 설 수 없었다. 영원히 사라진 퇴임식의 꿈은 가슴에 묻겠다.”
지난 6일 김창룡 전 경찰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소회를 남겼다. 김 전 청장은 행정안전부가 경찰에 대한 통제 강화 방침을 공식화한 지난달 27일 임기를 26일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해 김 전 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18대 이성한 전 경찰청장 이후 8년 만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경찰청장이 됐다.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경찰청장에 오른 12명 중 8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경찰청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중임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경찰청장 임기제는 2003년 12월 경찰법이 개정돼 도입됐다. 당시 국회는 “경찰청장도 검찰총장과 같이 임기를 보장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소신껏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자는게 개정안의 취지”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1988년 12월 도입됐다.
그러나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임기 2년을 채운 경찰청장은 13대 이택순, 19대 강신명, 20대 이철성, 21대 민갑룡 전 청장 등 단 4명뿐이다. 사퇴의 주된 이유는 부실 수사 논란에 따른 여론 악화, 정권 교체기 정부·여당과의 갈등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사퇴한 김기용 전 청장은 “(청와대가) 사퇴를 종용했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김학의 동영상’ 사건을 내사 중이었는데, 김 청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날이 김학의 전 차관 취임 날짜와 겹쳐 논란이 됐다.
역대 경찰청장의 말로를 두고 ‘청장 잔혹사’라는 말도 나온다. ‘MB정부 댓글 공작’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1991년 경찰청 출범 이후 22명의 경찰청장 중 11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법정에 선 9명 중 8명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7일 “법 집행 과정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김창룡 전 청장처럼 정권이나 외압에 대한 소극적 저항 표시로 직을 던져왔다”며 “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임기를 완료하면서 이런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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