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자살 1년 새 2배.. 외출·휴가 제한이 우울증 키웠다
국방헬프콜 찾는 군인 늘어
전문가 "코로나19 기간 제때 우울증 치료 못 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군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이 1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작년에는 자살한 군인이 83명에 달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자가격리 등 거리두기 지침이 강화됐던 지난해에는 입영병 감소에도 불구하고 군인의 군대 생활 상담을 담당하는 국방헬프콜을 찾은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기간 중 자유롭지 못한 외출과 자가격리 등으로 군인들이 우울증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7일 조선비즈가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은 83명으로, 2020년 42명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방부는 통상 민간인 자살률을 판단하는 10만 명당 자살률로 환산 시 2020년 7.12명에서 2021년 14.1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기간 군 생활 상담 전화인 국방헬프콜을 이용한 건수 역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영병 숫자는 2019년 22만4062명에서 2021년 21만5754명으로 8308명 줄었으나, 국방헬프콜 신고·상담 접수 건수는 그와 정반대로 7500건 이상 늘어났다.
국방헬프콜 접수 건수는 2019년 4만8932건에서 2020년 5만8378건으로 1만건 가까이 늘었으며 2021년 5만6459건을 기록했다. 2021년 입영병 수는 전년 입영자 23만6146명 대비 2만392명 줄었으나 국방헬프콜 접수 건수는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헬프콜에 접수된 접수는 성범죄 신고, 군범죄 신고, 병영 생활 고충 신고로 분류된다. 이 중 성범죄 신고의 경우 2019년 56건에서 2020년 29건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 66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영 생활 고충으로 분류된 신고는 2019년 4만8708건, 2020년 5만8239건, 2021년 5만6189건이다. 이 중 복무 부적응에 대한 고민 상담은 2019년 1만4627건, 2020년 1만5823건, 2021년 1만2725건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동안 유지된 군대 내 거리두기 조치로 외출이나 휴가가 제한된 것이 군인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외부와의 단절이 자살자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또 거리두기로 우울증 증세를 제때 치료받지 못한 군인들이 늘어난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군은 그간 장병의 외출과 휴가 등을 극도로 통제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에 사는 장병의 휴가를 제한하고, 군대 내 외박과 면회도 계속 금지했다. 외출은 원칙적으로 통제했다. 작년 코로나19 4차 대유행 시기에는 휴가를 전체 인원의 10%도 안 되는 최소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외출·면회를 전면 통제했다. 논산 육군훈련소 집단감염 발발 사태 등 ‘방역 비상’에 걸리자 특단책을 시행한 것이다.
박종익 강원대학교 정신과 교수는 “코로나 시대에 학교 등이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니 군대를 어쩔 수 없이 간 청년들이 굉장히 많다. 군대 내에서 이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휴가가 잘리거나 외박 외출에 제한을 받는 점이다. 그런데 갑자기 못 나가게 했으니, 그런 부분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현재 사회가 전체적으로 극단적 선택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성원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 전까지 정신적으로 적절한 치료가 제대로 제공됐는지가 관건이다. 군 병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군인 정신건강이 위험하다면 민간 치료가 필요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외출, 외박, 휴가 금지되면서 많은 군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서 “군 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우울증 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기차 1위’ 中 BYD, 이달 국내 상륙… 현대차, 안방 사수 비상
- 벌금·과태료 더 걷고, 직원할인 혜택에도 과세… 내년 세수 쥐어짜기 나선 정부
- “한강변 단지도 안 팔려”… 고분양가에 미분양 쌓이는 강동구
- 방산 수출 때 국회 동의 받으라는 민주당… 업계 “수출에 찬물”
- 롤드컵 5회 우승에도 ‘T1’은 만년 적자… 선수 연봉 오르는데 수익 모델 없어
- [사이언스카페] 솔로는 우울증 위험 80% 높다
- 11월도 ‘공모주 수퍼먼스’인데… 새내기株 연속 흥행 참패에도 계속되는 뻥튀기 공모가
- 삼성전자, 中 반도체 공장 노후장비 매각 시동… “방안 모색 초기 단계”
- 40주년 앞둔 쏘나타, 얼굴 바꾸니 美 판매량 급증
- [단독] 14년 우여곡절 끝에 운항 멈춘 한강 유람선 아라호, 8번째 매각도 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