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긴축' 尹정부, 재정정책 전면 전환.."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내로 축소"
2027년까지 국가채무비율 50%중반대 관리
재정준칙 법제화 추진..법안은 9월초 발표
재정 건전화 위한 지출구조조정 추진
공무원 정원·보수 관리 강화
문재인 정부의 ‘나랏돈 퍼주기’로 국가채무가 지난 5년 간 400조원 이상 급증하는 등 방만해진 국가재정운용 기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긴축 재정’으로 기조를 전환하기로 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대(2022년 기준)로 예상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3%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 지난 2017년 36%에서 올해 말 50.1%로 불어나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50% 중반을 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재정 적자를 줄여서 나랏빚 증가 속도를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국가재정운용의 관리 목표도 정부 수입과 지출액 차이인 통합재정수지가 아니라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지출 부담이 반영된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와 국가채무비율 60%를 복잡하게 얽어서 만들었던 홍남기식 재정준칙은 폐기하기로 했다. 대신 관리재정수지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만든 엄격하면서도 단순화한 재정준칙을 법령으로 만들기로 했다.
코로나 극복으로 인해 늘어났던 일회성 지출을 정상화하고, 각종 국비 보조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지출 구조조정도 실시할 방침이다.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내년 예산안 편성시 공무원 정원과 보수를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 급격한 나랏빚 증가에 브레이크 밟은 윤석열 정부
정부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새정부 재정운용방향’을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재정운용방안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매년 100조원 내외 재정적자가 발생해 국가채무 증가추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을 깨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2018년 434조원이었던 중앙정부 총지출액은 올해말 622조원(1차 추경 기준)으로 43% 이상 늘어났다. 반면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2.28%로 이전 정부(3.03)보다 크게 둔화됐다. 성장 둔화로 인해 악화된 세입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출을 늘리면서 국가채무는 2017년말 660조원에서 올해 말 1067조원으로 400조원 이상 늘었다.
정부는 나랏빚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환기로 했다 구채적으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고 ▲2027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50% 중반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 지출 축소로 재정적자를 줄여서 2025년 국가채무비율이 58.6%까지 올라가도록 설계된 2021~2025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비해 더욱 엄격한 재정개혁안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5년 동안 14.1%P(포인트) 급증한 국가채무 증가속도를 이전 정부 평균 정도인 5~6%P(5년간)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올해 110조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는 내년 이후부터는 60조원대로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정부 지출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 8.6%였던 정부 총지출 증가율이 5%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물가안정과 경제안정화에 상당히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과다하게 운영돼 왔던 확장적 재정운용을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면서 긴축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드러난 추경호表 재정준칙…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하 관리’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통합재정수지로 바꿨던 재정정책 운용 기준도 관리재정수지로 원상회복시키기로 했다. 통합재정수지는 국가의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액을 말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지표다. 현재 사회보장성기금수지가 흑자 상황이라는 점에서 관리재정수지가 통합재정수지보다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차관은 “아직 국민연금 등 연금의 지급 개시가 본격화되지 않아, 사회보장성기금수지가 40조원 이상 흑자가 계속 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정 상태를 더 정확히 표현함에 있어서는 통합재정수지보다 관리재정수지가 더 정확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1차 추경을 기준으로 했을 때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3.3%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5.2% 적자 상태다. 2%포인트 격차인데,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40조~45조원 가량이 된다.
정부는 이 같은 건전 재정 기조가 구현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의 법제화도 함께 추진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GDP 대비 3% 이하 등의 준칙 한도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해 높은 수준의 구속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법률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한 뒤 9월 초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020년 통합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을 토대로 한 재정준칙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를 합산한 결과가 일정 기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한도식을 제시한 이 안은 기준이 느슨하고 산식이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 재정준칙을 적용하겠단 생각이다. 최 차관은 “올해 정기국회 때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4년도 예산 편성부터 (준칙이) 적용된다”면서 “개정 이전이라도 이런 준칙의 방향에 입각해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라고 했다.
◇ “재정혁신 가용수단 총동원…공무원 정원·보수 엄격 관리”
정부는 재정건전화를 위해 공무원 정원과 보수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차관은 “현재 폐업과 실직 위기에 놓여있지 않은 공공부문의 특수성을 감안해 경제가 어려울 때는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공무원의 보수와 정원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지출구조조정도 단행한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속된 민간보조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2023년도 예산안에서 대폭 줄일 방침이다. 현행 교육교부금 제도도 손 볼 방침이다. 학생수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했을 때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초·중등교육 재원으로 활용되는 교육교부금으로 인해 유·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 분야간 투자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 평가다.
재정 확보를 위한 가용 재원도 총동원한다. 국고 세입에만 의존한 재원 조달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불필요한 공공기관의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재원을 취약계층 지원 등에 투입할 생각이다. 유휴 국유재산을 매각하거나 다르게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재원을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 차관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원이 발생하면 재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쪽으로 활용하는 게 일차적인 경로”라면서 “매각해서 마련한 재원을 끌어와 취약계층 지원 목적의 정부 예산으로 쓰겠다는 게 아니라 공공기관이 시행해 오던 공익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과 병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개혁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재정비전 2050′도 수립한다. 재정비전 2050엔 초고령화와 탄소중립 등 미래에 당면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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