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재정] 초·중등 교부금 줄여 대학에..시도교육청 반발 예고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정부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만들어 초·중·고교에 투자했던 재원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 사용하기로 했다.
유·초·중·고교에 사용됐던 예산을 대학이 끌어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학력격차 완화 등 할 일이 산더미 같은 교육당국이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주장해 온 재정당국에 완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7일 열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학생 수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제도를 이같이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전출금 제외)로 조성된다.
이는 전국 시·도 교육청에 배분돼 유·초·중·고교 교육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나라 살림 규모는 커지는데 학령인구가 계속 줄면서 유·초·중등교육에 사용되는 재원에 비해 고등·평생교육 부문에 투자하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교육세를 떼어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넣어 대학과 평생교육기관이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세 전입금 매년 5조원 안팎으로 비교적 부침이 적게 유지된다.
2022년 본예산 기준 교육세 전입금은 5조3천억원가량인데 유특회계 전출금 1조7천억원을 제외하면 3조6천억원이 남는다.
기존 학자금 지원과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 외에 타 부처 인재양성사업 예산(4천억원)을 이관받고 일반회계 전입금(1조∼1조9천억원)에 교육세(3조6천억원)를 합한다고 가정하면 고등·평생교육 예산은 기존보다 최대 48%가량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는 재정당국과 협의를 거치고 관련 법안들이 모두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추산한 것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신문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이 과정은 사실 여러 특별법이 금년말까지 통과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국내총생산 대비 고등교육비 비중은) 2027년까지 중기 투자계획을 갖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1.1% 이상을 정책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개편 방향에 맞춰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을 제정하고 국가재정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교부금 제도는 내국세 연동 방식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관계부처·전문가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유·초·중·고교 교육에 쓰도록 함으로써 경기변동이나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부금 제도 개편에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점이다.
예산이 깎일 수밖에 없는 유·초·중등 분야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벌써 한목소리로 교육부를 비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력격차 극복, 미래형 인재를 위한 맞춤형 교육, 돌봄 등 교육복지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예산이 절대 풍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전국 초·중·고교에는 학급당 30명 이상 과밀학급이 2만 개가 넘고 건물의 40%는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이라며 "인공지능(AI)·메타버스 기반 교육 강화, 고교학점제 대비 교원 확충 등에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교육 현장에서 헌신하는 교직원들을 '넘쳐나는 예산을 주체하지 못해 흥청망청 쓰고 있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재정당국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부금에 대해서는 반드시 교육감들과 협의해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사실상 재정당국이 주장해 온 대로 교부금 제도를 수술하게 된 교육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김병규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동생 것 빼앗아 형한테 준다'는 등의 뼈아픈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이 부실하면 공교육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 손가락을 자르는 심정으로 이런 부분(개편 필요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도 교육감의 반발을 우려한 듯 교육부는 각 교육청이 배분받는 유·초·중등 예산의 절대 규모는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교육감협의회 통해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를 부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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