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 구조조정, 용두사미?.."76조 교부금 중 3.6조 고등·평생교육에"
81조원 교육교부금 중 3조6000억원만 용처 변경
핵심인 내국세 연동제, 건드리지 못해
학령 인구 주는데 교부금 늘어나는 구조 지속
"단기적, 임시 방편에 불과"
윤석열 정부가 유·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76조원 규모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가운데 교육세를 활용해 고등·평생교육에 3조6000억원의 재원을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평생 교육 지원에 남아 도는 유·초·중등 교육비 일부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학령 인구는 계속 주는데, 교부금은 20년간 4배 증가하면서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체 교육교부금 규모 대비 3조6000억원이라는 금액만 대학·평생교육으로 이전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지난달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재정 전문가들이 본질적으로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던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교부금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건드리지 못해 ‘용두사미’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를 고등·평생 교육에
윤 대통령은 7일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발제와 주요 분야별 재정 이슈에 대한 국무위원과 민간 전문가의 발제·토론이 이어졌다. 정부는 “재정전략회의 최초로 지방 국립대에서 개최하고, 비공개 내부 토론이 아닌 전략회의 주요 논의 내용을 최대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강력한 재정 혁신의 일환으로 학생수 감소 등 교육 환경을 고려한 교육교부금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교육교부금은 시·도교육청의 주요 재원으로, 유·초·중등 교육비다.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의 일부로 구성되는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를 활용해 고등·평생교육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등·평생 교육 지원 특별회계법을 신설하고 국가재정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지방 국립대에서 개최한 것 자체가 교육교부금 개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53조2000억원이던 교부금은 올해 65조1000억원으로 늘려 잡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에서 65조595억원이었던 교육교부금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세입 경정으로 11조원 가까이 늘어나 76조449억원이 됐다. 여기에 지난해 잉여금을 합치면 81조2975억원에 달한다. 고등·평생 교육에 쓰기로 한 3조6000억원은 교육교부금 전체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규모인 셈이다.
재정전략회의를 앞두고 정부세종청사에서 6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는 이 같은 교육교부금 개편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교육세 3조6000억원의 적정성에 대해선, 고등교육 예산이 12조원 정도 되는데 그 중 국가장학금 4조원 빼고는 대학경쟁력 강화에 8조원 정도만 쓰인다”며 “나중에 논의가 되면 구체적인 규모는 봐야 겠지만 3조6000억원이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내국세 20.79% 연동’ 경직적 구조 건드리지도 못해
정작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되던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교육교부금에 연동되는 구조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이 같은 비판을 예상한 듯한 정부는 “내국세 연동 교부 방식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계 부처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개편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내국세가 늘어날수록 시·도 교육청에 배정하는 교부금은 자동으로 늘어난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한국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경상 국내총생산(GDP) 통계 작성 이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연도는 1998년 한 해뿐이다. 그에 따라 세수 규모는 매해 늘었고, 교부금도 확대됐다. 향후에도 경제 규모가 축소되지 않는 한 세수와 교부금액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00년 교육교부금은 14조9000억원에서 2022년 65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6~17세 학령 인구는 같은 기간 811만명에서 539만명으로 34% 감소했다. 지난 20년간 교육교부금의 규모는 약 4배가 늘었는데, 학령인구는 34%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유·초·중등교육 분야와 고등·평생교육 간 투자 불균형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대비 학생 한 사람당 공교육비는 초중등교육은 132%인 반면, 고등교육은 66%에 불과하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학령인구 감소, 미래인재 육성 투자수요 등을 감안하고 교육 부문 간 균형 있는 투자를 위해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교육계의 반대를 의식해 교부율 20.79%는 개선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 같은 입장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법적인 교부율(내국세의 20.79%)을 건드린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고등교육까지는 교부금이 사용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도, 대상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보면 된다”며 핵심적인 해결은 피했다.
전문가들은 ‘내국세의 20.79%’라는 경직적인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이 당면한 재정 여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교육세의 용처를 늘리는 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단기적인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며 “경직적인 교부율(20.79%)을 그대로 두는 한 중장기 재정 전망이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교부금 산정 방식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증가시키되, 학령인구 비중의 변화를 반영하면 2060년까지 1048조원의 재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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