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일부로 대학 찔끔지원..'내국세 연동' 개편은 손도 못대
특별회계 신설해 3조원대 마련
고등교육 투자한다지만 역부족
"내국세 연동 한국이 사실상 유일
학령인구 감안, 현실화 서둘러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의 목적은 두 가지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부담을 완화하고 고등·평생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회계를 만들어 미래 산업 인재 등 고등·평생교육 부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다만 내국세의 20.79%를 의무적으로 떼어내 초중등교육에만 활용하는 교육교부금 구조 자체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특별회계로 조성되는 금액은 3조 원대에 불과하다.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인재 육성과 직업 재교육이 시급한 과제가 됐는데, 정부가 반쪽짜리 개편안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교육교부금 일부를 활용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칭)’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 전출분 제외)로 구성되는데, 이 교육세가 특별회계의 재원이다. 올해 2차 추경 기준 약 3조 602억 원으로 고등·평생교육 예산의 약 23% 수준이다. 정부는 특별회계를 통해 △대학 교육 및 연구 역량 강화 △반도체 등 미래 산업 핵심 인재 양성 △직업 재교육 △지방대학 육성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교육교부금은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돼 세수 증가에 따라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0년 811만 명이었던 학령인구(6~17세)는 올해 539만 명으로 33.5% 감소했다. 그런데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14조 9000억 원에서 65조 1000억 원으로 늘었다. 전년도 세계잉여금(쓰고 남은 예산) 정산분까지 포함하면 올해 교육교부금은 81조 2975억 원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이번에는 정부가 교육교부금을 과감하게 개편해 고등교육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개편안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특별회계로 조성될 3조 602억 원(올해 2차 추경 기준)이 고등교육을 강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2차 추경 기준 고등·평생교육 예산(국가장학금 제외)은 약 9조 2000억 원이다. 올해부터 특별회계가 추가된다고 해도 고등·평생교육 강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12조 원대에 불과하다. 이 예산으로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분야 간 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기도 힘들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초중등교육은 132%인 반면 고등교육은 66%에 그친다.
내국세의 20.79%를 연동하는 교육교부금 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청사진조차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내국세 연동 교부 구조에 대한) 개편 방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방향은 물론 타임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에도 교육부를 꺾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병규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지방 교육 자치가 확대·심화하는 흐름에 비춰볼 때 현재의 내국세 연동 방식의 재원 마련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며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초중등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재정을 내국세에 연동하는 국가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교육교부금 문제도 제도의 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OECD 국가 중 법으로 내국세의 일부를 지방 교육재정으로 교부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심지어 일본도 지방에 일반 교부금을 줄 뿐 교육만 별도로 떼어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은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 역시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국은 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 교육 환경과 재정 수요를 감안해 매년 초중등 교육재정의 적정 규모를 산정한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교부금 제도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성행경 기자 sain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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