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영상진술녹화, 진술 전 전과정 담겨야 증거 능력 있어"
진술을 영상으로 녹화한 자료라도 진술 전 과정이 담겨있지 않다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근거로 쓰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갈, 특수협박,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폭력 조직원인 A씨 등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12억원여원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경우 일부 업주나 종업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재판에서 공갈 혐의에 대한 증거로 피해자들의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자신의 진술조서에 대해 사실임을 인정하는 답을 거부하거나 ‘진술조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조서에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심은 피해자들의 진술과정이 녹화된 영상진술녹화자료를 근거로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A씨에게는 징역 4년, B씨에겐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영상녹화 자료를 근거로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다만 공갈 혐의에 대해선 B씨의 단독범행으로 보고 A씨는 무죄로 판단했고, A씨의 형은 징역 3년으로 감경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상진술녹화자료에 경찰관이 진술자에게 영상녹화를 하겠다고 고지하는 장면, 그에 대해 진술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장면은 들어있으나 진술자들이 해당 조서를 열람하는 장면은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려면 진술자의 영상녹화 동의서를 첨부해야 하고, 조사 시작 시점부터 조사가 끝나 진술자가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마치는 시점까지의 조사 전 과정이 영상녹화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하지 않고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 진술조서 외의 증거만으로도 피고인들의 유죄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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