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청년정치 박지현 왜 '토사구팽' 상황에 이르렀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출마 불가' 결론을 내렸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3일 최고위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은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도 "'전당대회에서 피선거권을 갖기 위해서는 입당 후 6개월이 지나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의한 결정"이라면서 '원칙론'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공천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당무위 의결'이라는 예외를 적용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왜 민주당이 공들여 영입했고 20대 여성 비대위원장이란 상징성을 가진 인물에 대해 ‘비토'를 한 까닭은 무엇일까.
박 전 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였던 '당 쇄신'을 당 안에서는 '내부총질'로 인식한 측면도 있다. 지방선거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박 전 위원장이 '586 용퇴론'을 꺼내들자 당 주류는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당시 공동비대위원장이던 윤호중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 세대 전체를 통으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정합성도 떨어지고 좀 불합리한 얘기"라며 "설령 논의한다고 해도 이를 선거를 앞두고 꺼내는 것은 당 내 분란만 키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 징계 결과가 발표되자 최 의원을 비롯한 처럼회 의원들을 향해 "권력형 성범죄 전력으로 두 번이나 선거에서 져놓고도 성희롱 발언과 2차 가해로 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팬덤에 취한 처럼회가 바로 지선 참패의 원흉"이라며 "처럼회가 자진 해체하고, 당도 팬덤과 결별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고민정 의원은 지난달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아무것(당대표)도 아니다.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 역시 같은 날 박 전 위원장을 향해 "지금 말하는 것을 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보다 발언이 훨씬 더 아집에 갇혀 있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고 쏘아붙였다.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이 당 두 주요 세력인 586·강경파를 향한 '모두까기'가 되면서 당 내에서 그의 당권 도전을 환영할 만한 세력이 전무했던 것이 박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자체가 '내로남불'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6·1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4월 8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한 송영길 전 대표를 겨냥해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난 이 전 당대표가 후보에 등록했다"며 "민주당이 과연 대선에서 진 정당이 맞는가. 반성하고 책임질 자세가 돼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역시 비대위원장으로 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박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를 주장한 것은 결국 본인의 과거 발언과 배치되는 행보인 셈이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해 "피선거권 자격 있는 권리당원도 아니고 지방선거 대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며 "당대표직을 통해 5대 당 혁신안 추진으로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데 책임이 있어 물러서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서겠다니 언제부터 우리 민주당이 이렇게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정당이 됐느냐"고 직격했다.
당의 결정에 박 전 위원장은 '수용 불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예외조항 적용 기준의 모호함'을 문제 삼은 박 위원장은 "대선에서 2030 여성의 표를 모으고, 당내 성폭력을 수습한 전직 비대위원장이 당에 기여한 바가 없나. 어느 정도 당에 기여를 해야 입당 6개월이 지나지 않은 당원이 당직의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5일에는 "자신은 이미 피선거권이 있다"며 그 근거로 당 중앙위 임명 가부 투표에서 84.4%의 찬성을 얻은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 박 전 위원장은 "관련 당무위의 공식 유권해석이 없다면 출마를 강행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6일 전당대회 룰 관련 당무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당무위에 의견을 물은 결과 만장일치로 비대위 결정을 존중하기로 정리했다"며 출마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은 SNS에 글을 올려 "필요할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서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니 토사구팽을 하는 이 정치판에 남는 게 옳은지 스스로 묻고 또 물어봤다”고 했다.
[유범열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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