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 대신 정수리에 벼슬 단 시민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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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6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대구치맥페스티벌 행사장 한쪽에서 '닭들의 절규'가 쏟아졌다.
치킨 안주에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뒤에서 닭볏 머리띠를 두른 한 무리의 시민들이 닭들을 대신해 내지르는 호소였다.
맥주를 왜 닭고기와 함께 먹어야만 하느냐고 조직적인 반기를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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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축제 반대하는 '엔맥' 페스티벌 열어
행사 10주년만에 반대 목소리는 처음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6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대구치맥페스티벌 행사장 한쪽에서 ‘닭들의 절규’가 쏟아졌다. 치킨 안주에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뒤에서 닭볏 머리띠를 두른 한 무리의 시민들이 닭들을 대신해 내지르는 호소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등 20개 단체가 대구치맥페스티벌 개최에 반대하며 꾸린 ‘엔(n)맥 모임’ 활동가들이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올해가 10년째다. ‘치킨과 맥주가 대구라는 도시의 장소적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비판적 시선은 있었어도, 행사 자체를 반대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 동물권 활동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일을 벌였다. 맥주를 왜 닭고기와 함께 먹어야만 하느냐고 조직적인 반기를 든 것이다. 이들의 슬로건은 ‘치맥 대신 엔맥’. ‘엔맥’은 치킨 말고도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맥주를 즐기자는 뜻에서 지었다. 엔맥 활동가들은 이날 콩으로 만든 치킨, 버섯으로 만든 육포 등 비건(채식) 안주를 선보이며 축제 현장 일대를 행진했다.
운동을 나왔다가 우연히 참여했다는 지역 주민 이아무개(50)씨는 “동물이라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먹으려고 공장식으로 키우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으냐”고 했다. 치맥페스티벌에 반대하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듣고 경남에서 왔다는 원연희 채식평화연대 대표는 “동물을 대상화하는 축제는 전국적으로도 많지만 동물을 먹고 즐기는 축제는 거의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공장식 축산 문제가 많이 공론화됐고, 이제 대안을 만들어 갈 시간인데 아무 고민 없이 이 축제가 다시 열리는 것을 보니 자괴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엔맥페스티벌 기획에 참여한 신상헌 계명대 교수(국제경영학)는 “대구치맥축제는 축제라는 이름의 동물 대학살이다.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려고 닭을 먹는다. 닭이 아니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정말 슬픈 날이면서도 (대안을 제시하는)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엔맥모임 집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도살된 닭은 4155만1738마리. 대구 인구의 17배에 육박한다. 엔맥모임은 “치맥페스티벌은 다른 존재의 죽음을 즐거움으로 삼고 대상화한다. 이 축제는 기후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공장식 축산으로 유지되는 반생태적 축제”라고 했다. 대규모 행사로 발생하는 일회용 쓰레기도 문제다. 엔맥모임은 “축제 뒤 남는 건 죽음과 쓰레기뿐이다. 대구시는 치맥페스티벌을 멈추고 아무도 죽지 않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엔(n)개의 축제를 상상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대구치맥페스티벌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렸으며, 6일부터 10일까지 나흘 동안 이어진다. 조직위는 축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써온 플라스틱 재질의 일회용컵을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컵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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