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이용 계좌' 지급정지..헌재 "재산권 침해 아냐, 합헌"

김희진 기자 2022. 7. 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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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 있다. /김영민 기자

범죄와 무관한 사람의 계좌여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됐다면 거래를 제한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사기 이용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규정한 ‘전기통신급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 4조 1항이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A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지급 정지된 계좌 명의자의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조항을 상대로 한 헌법소원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A씨는 2018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B씨 명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회원에게 문화상품권을 팔고 82만8000원을 입금받았다. 이 돈은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가 B씨 명의로 보낸 것이었는데, 피해자가 피해구제를 신청하자 은행은 A씨 명의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했다. 이 사실을 통지받은 금감원은 A씨 명의의 다른 모든 계좌에도 전자금융거래를 금지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4조는 보이스피싱처럼 전기통신을 이용한 사기에 계좌가 이용된 의심이 든다면 은행은 즉시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급이 정지되면 금감원은 계좌 명의를 가진 사람을 전자금융거래 제한대상자로 지정해야 한다.

A씨는 계좌 명의를 가진 사람이 사기에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사기범에 의해 이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지급정지를 하고 거래를 제한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죄와 무관한 계좌 명의자의 재산권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수는 있지만 그 정도가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공익에 비해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좌 명의자가 입금받은 돈을 정당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 이의를 제기하면 지급정지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전기통신금융사기는 범행 이후 피해금 인출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범인은 동일한 계좌를 이용해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를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피해금 상당액을 넘어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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