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조합-시공단, 9개 쟁점 중 8개 합의..'상가분쟁' 남아(종합)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김준태 기자 = 석 달째 공사 중단 사태를 겪으며 갈등을 빚어온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대부분 쟁점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가 분쟁'과 관련해서는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공사가 실제로 재개되기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의 중재로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이 9개 쟁점 사항 중 8개 조항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시는 "지난 5월 말 1차 중재안을 제시한 이후 양측을 각각 10여 차례 이상 만나 이견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가분쟁 관련 마지막 1개 조항에 대해서는 미합의 상태"라고 덧붙였다.
양측이 합의한 8개 조항은 ▲ 기존 공사비 증액 재검증 ▲ 분양가 심의 ▲ 일반분양 및 조합원 분양 ▲ 설계 및 계약변경 ▲ 검증 ▲ 총회의결 ▲ 공사재개 ▲ 합의문의 효력 및 위반시 책임이다.
구체적으로 양측은 2020년 6월 25일 체결한 기존 계약의 공사비 3조2천억원에 대해 최초 검증을 신청한 날(2019년 11월 28일)을 기준으로 재검증을 신청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하기로 했다.
또한 마감재를 변경하는 대신 그에 따른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고 도급제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하는 등 기존 쟁점에서 서로 요구를 수용하기로 합의를 이뤘다.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 품질확보를 위한 적정 공사 기간 연장, 공사중단·재개 등에 따른 손실보상 금액과 증액 공사비의 적정성 심사를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검증도 의뢰한다. 조합이 관련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 내용을 총회에서 의결한 뒤 이행사항을 모두 완료하면 시공사업단은 지체 없이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양측이 합의하지 못한 상가분쟁 관련 조항은 사실상 공사 재개를 위한 핵심으로 꼽힌다. 현재 양측은 상가 PM(건설사업관리)사의 유치권 해제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합은 60일 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가 설계도서를 시공단 등에 제공하면 공사를 재개하고, 인허가 및 준공 지연에 따른 시공단의 손실 발생 시 조합의 책임으로 하겠다고 제시했다. 반면 시공단은 조합 및 상가대표기구와 PM사 간 분쟁에 합의를 이루고 총회 의결을 거쳐야 공사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상가 분쟁은 관리처분 재산에 대한 분배 등 조합원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조합 대표들이 임의로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고 시가 중재안을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조합 내부에서 공론화를 거쳐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 내용은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최종 확정돼 효력이 발생한다.
시 관계자는 "이미 합의를 이룬 8개 항목에 대해 번복이 없도록 하고 남은 쟁점에 집중하기 위해 합의 내용을 발표한 것"이라며 "공사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선량한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지므로 조합원 의견수렴을 거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해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SH공사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한다는 것은 양측 간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특정 범위에 한해 시의 결정을 따르라는 의미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8조 1항에 근거한 것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 등으로 해당 조합 또는 토지 등 소유자가 시행하는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자체가 해당 조합 또는 토지 등 소유자를 대신해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토지주택공사 등에 대신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SH공사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하는 것은 조합의 요청에 따라 애초 중재안에 넣어 시공사업단에 제시했으나, 시공사업단에서 이것만으로 분쟁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 이번 협의 과정에는 포함하지 않았다"며 "공사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적인 해결책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 계획한 대로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내년 1월께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가 분쟁 관련 이견이 좁혀지는 상황에 따라 (정상화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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