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난 해결책은 등록금 인상? 지원 확대?교육 플러스
학령인구 2021년 48만→2040년 28만명
학생수 감소→지방대 붕괴→지역위기로
'국가장학금Ⅱ유형' 연계 규제해소 공감대
대학등록금 동결 14년만에 인상 여지남겨
재정구조 개편 서두르고 정부지원 늘려야
학령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재정난을 호소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대학의 주된 수입원은 등록금이지만,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된데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재정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규제를 풀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가 다시 당장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최근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어 등록금까지 인상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하지만 물가인상 압박이 없으면 등록금 인상 논의는 언제든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계에서는 고등교육 재정 문제를 등록금으로 풀기 보다는 전반적인 고등교육 재정지원 방안을 개편하고,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령인구 급감...열악해지는 대학 재정=국내 대학들은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때문에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대학 재정도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미충원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21년 기준 만18세 학령인구는 48만명으로, 대학 입학정원(49만여명) 보다 적었다. 더욱이 2024년에는 학령인구가 43만명, 2040년에는 28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지방대과 전문대를 중심으로 미충원이 심화되고 있어, 지방대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교육계의 진단이다.
7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4년제 일반 대학과 교육대학 194곳의 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 평균은 676만3100원이다. 사립대는 평균 752만3700원, 국공립대는 419만5700원이었다. 1인당 등록금 평균은 2015년 667만원에서 2018년 671만1800원, 2020년 672만6600원 등으로 크게 변동이 없다. 이는 대학 등록금이 지난 2009년부터 사실상 동결 상태이기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대 중반 대학 등록금 인상 폭이 커지고 교육비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자 2009년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추가했다. 또 2010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최근 3년 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에다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지원하고 있어, 재정지원을 포기하고 법적 상한선 안쪽이라도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학들은 정부가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도록 규제하고 고등교육 부문에 대한 재정 투자도 안정적으로 하지 않아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많은 대학이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교육부는 최근 국가장학금Ⅱ유형과 연계돼 간접적으로 규제돼 왔던 등록금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14년 만에 등록금 인상의 여지를 둔 셈이다.
다만, 지난 5일 취임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재 물가가 너무 오르고 있어 당장 등록금을 올릴 계획은 없다”며 “대신 고등교육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곧 계획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 차관이 조만간 등록금 규제와 관련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힌 데서 한발 물러난 조치다.
박 부총리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등교육의 자율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교육개혁의 핵심은 대학으로, 대학의 재정과 운영, 평가, 정원까지 모든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재정지원 늘려 대학교육 질 높여야”=박순애 부총리가 고등교육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대학의 모든 제도를 재검토한다고 밝힘에 따라 대학 개혁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새 정부에서도 대학 재정 문제 해소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정책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보고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 방안’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는 총 13조8000억원으로, 2011년 8조2000억원에서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지원 비율은 2019년 기준 0.7%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평균 GDP의 1.0~1.1%를 고등교육 재정에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20년 대학 진학률은 72.5%에 달할 정도로 대학교육은 사회적으로 필수 교육과정이 됐지만, 역대 정부는 수익자부담 원칙을 고수하면서 대학의 재정지원을 회피했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 빈약한 것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낮기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육계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계기로 대학의 정원은 줄이고, 고등교육 재정 규모는 늘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은 2017년 1만633달러로, OECD 평균(1만6327달러)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정부 투자 상태적 비율’은 2011년 27.0%에서 2017년 38.0%로 매년 늘었지만, 2017년 현재 OECD 평균인 68.0%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아울러 사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고, 사립대 운영의 투명성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 연구원은 “사립대의 재정 확보 방안이 정원 확대와 등록금 인상으로 지속되면서,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의 재정 구조가 더욱 고착화됐다”며 “정원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 재정구조는 교육 및 연구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사립대에 대한 지원을 늘리되 운영의 투명성도 함께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존폐위기에 처한 지방대와 전문대 육성을 통해 대학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대와 전문대의 위기는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사업 폐지 등으로 ‘선택과 집중’에 따른 대학 재정지원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심화된 만큼,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더욱 심해지지 않도록 대학의 균형 발전이 이뤄지도록 재정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연주 기자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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