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안 받으니 010으로 바꿔 전화금융사기, 일당 검거(종합)

이동민 2022. 7. 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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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부산경찰청 50명 검거 37명 구속…73명 32억원 피해 입어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설치 의심장소 38곳 압수수색
휴대전화기 1821대 불법 개통 유심 4102대 압수
자녀 사칭 전화에 속아 비트코인 5억7000만원 해외 반출돼

[부산=뉴시스] (사진 왼쪽부터) 고정형 중계기, 이동형 중계기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운영을 통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70여 명을 속여 수십 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7일 전화금융사기 일당 50명을 검거, 이 중 37명을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환급에관한특별법,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은 검찰이나 금융기관, 자녀 등을 사칭한 전화를 걸어 피해자 73명을 속여 32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사무실 운영, 데이터베이스 관리, 수익 분배 등을 책임지는 '총책' ▲검사, 금융기관, 자녀 등을 사칭해 전화를 거는 콜센터 상담원 ▲대포통장을 모집·관리하는 대포통장 모집책 ▲국내에서 피해금을 건네받아 무통장 송금하는 현금 수거책 ▲피해금이 입금된 대포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해외로 송금하는 송금책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중계기를 관리하는 중계소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특히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 관리책들은 국내에서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하면서 해외 전화금융사기 콜센터 사무실에서 발신한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서 피해자들에게 송신하도록 한 혐의다.

이들은 시민들이 '070' 번호의 전화는 받지 않지만 '010' 번호는 잘 받는다는 점을 악용, 해외 콜센터 조직원의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돕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중국 등 해외 전화금융사기 조직들과 공모, 타인 명의의 유심과 휴대전화기를 구입해 모텔·원룸에 고정형으로 설치하거나 차량에 이동형으로 설치해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해 왔다.

경찰은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설치 의심장소 38곳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기 1821대와 불법 개통한 유심 4102대를 압수했다.

피해자 A(50대)씨의 경우 자녀를 사칭한 전화금융사기에 속아 5억7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편취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기단은 휴대전화 액정이 깨졌는데 보험을 신청해야한다는 핑계로 A씨에게 연락해 신분증 사진과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고, 원격제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A씨가 악성 앱을 설치하자 원격제어를 통해 A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금융 자료 등을 무단으로 열람한 뒤 A씨의 전자지갑에서 비트코인 5억7000만원 상당을 해외 전자지갑으로 반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60대 여성 B씨는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의 전화금융사기에 속아 2차례에 걸쳐 7300만원을 수거책에게 건네는 피해를 당했다.

30대 C씨는 검찰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에 속아 9000만원을 빼앗겼다. C씨는 계좌가 금융사기에 연루됐다는 위조 소환장과 공소장을 받았고, 범행에 사용된 계좌로 압류를 할 예정이니 통장에 든 돈을 인출해 수사관에게 전달하면 확인 이후 돈을 다시 돌려주겠다는 말에 속아서 피해를 입었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 관리책 중 일부는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범행에 가담했으며, 중계기를 운영하면서 전화금융사기 조직으로부터 휴대전화 1대당 1주일에 5만원씩의 대가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D(50대)씨는 휴대전화 86대 가량을 중계기로 운영하면서 고가의 옷을 사주겠다는 조건으로 10대인 아들도 범행에 가담시켰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재 아들은 불구속 기소됐으며, 경찰은 현재 검거되지 않은 D씨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재택 알바, 서버 관리인 모집, 스마트폰 관리업무, 공유기 설치·관리, 전파품질 관리' 등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원룸·고시원·건물 옥상·야산 등에 중계기를 설치하도록 하거나 차량 등에 싣고 다니면 고액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범행에 가담시키기 있으니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금융기관은 '010'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해 상담하지 않으며, 수사기관은 현금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6월 8일부터 8월 7일까지 2개월간 '전화금융사기 특별 자수·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 yulnetphot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eastsk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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